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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족집게 특강 없나요” 학원마다 문의전화 빗발

입력 | 2017-11-17 03:00:00

[수능 연기시킨 포항 지진]수험생들 다시 학교-학원으로




“책 챙겨 내려간 지 하루 만에 다시 올라왔어요.”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 재수학원 앞은 “일주일 더 공부해야 한다”며 캐리어를 끌고 재상경한 재수생들로 북적였다. 이날 대전에서 올라온 박모 군(19)은 “이틀 전 시험 직전에 책 몇 권만 챙겨 내려갔는데 일주일 동안 집에서 공부할 자신이 없었다. 오늘 아침 기차표 끊어 바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경북 포항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되자 서울의 기숙학원에서 공부하다 귀향했던 지방 재수생들의 ‘서울 귀환’이 이어졌다. 대구 출신 현모 양(19)은 “이왕 미뤄진 거, 마음잡고 공부하려고 했는데 익숙한 곳이 나을 것 같아 아침 첫차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 다시 ‘주차장’ 된 대치동 학원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유명 수학학원에서는 강사 2명이 걸려오는 전화에 응대하느라 쉴 새가 없었다. 강사들은 “없어요” “없습니다”를 반복했다. 연기된 수능일(23일)까지 “‘족집게’ 단기 특강이 열리느냐”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질문이 쇄도했다. 강사 A 씨는 “1시간 동안 전화만 20통 넘게 받았다. 학생들도 계속 문자메시지를 보내 업무를 볼 수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학부모 김모 씨(50·여)는 “남은 일주일은 막판 스퍼트를 다시 한 번 해야 하는 중대한 시기”라고 했다. 이 학원은 특강 요청에 못 이겨 수능 대비 자료집을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

점심시간이 되자 대치동 학원가는 순식간에 ‘주차장’이 됐다. 부모들이 학원 앞에 차를 대고 자녀들을 위해 담요와 도시락을 한가득 챙겨왔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학원 밖으로 수험생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부모들은 차에서 나오며 “아들” “딸” 하고 제각기 소리를 질렀다.

학원 정문 앞에서 도시락을 들고 자녀를 기다리던 학부모는 “오늘 학원에서 점심을 안 준다고 했다. 아이가 편의점에서 대충 사먹을까 봐 서둘러 싸왔다”고 말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보통 학원에서 점심, 저녁을 챙겨주는데 수능 날에 맞춰 급식을 중단해 불가피하게 제공하지 못하게 됐다. 부모들에게 안내 문자를 돌렸더니 많이들 도시락을 준비해 오셨다”고 말했다.

오후 3시경 이날 휴교를 하지 않은 학교의 고3 수험생들이 몰리자 학원 측은 자습실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수능 관련 강의가 모두 끝나 강의실 배치를 바꿔놨는데 수험생들이 다시 오면서 임시 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서울 신촌의 입시학원은 “일반 강의실을 자습실로 급히 바꾸기 위해 책상과 의자 배치를 다시 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대형 서점도 북새통이었다. 당초 치러질 수능 전날 교과서와 참고서를 버린 학생들이 일주일 동안 공부할 새 교재를 사러 온 것이다. 서울 종로구 대형 서점 관계자는 “수능 문제집을 찾는 학생들이 갑자기 몰려 급하게 추가 주문을 넣었다”고 밝혔다.

○ 특수 노린 성형외과 ‘울상’ 한의원·떡집 ‘반색’

서울 강남 일대 성형외과들은 수능 직후로 잡혀 있던 수술 예약이 줄줄이 취소돼 당혹스러운 모습이었다. 한 유명 성형외과 관계자는 “수험생들의 사전 예약이 많아 수술방을 다 잡아놨는데 이달 남은 보름간 거의 수술을 못하게 됐다”며 “주말에 잡힌 상담 예약도 모두 취소됐다”고 말했다.

수술 예약을 취소한 수험생 이모 양(18)은 “이번 주 토요일 성형수술을 하려고 했는데 12월에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입 면접 일정에 맞춰 얼굴 부기를 뺄 시간을 벌려고 수능 직후 예약한 건데…. 성형수술도 대학 가서나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떡집과 한의원은 “뜻밖으로 제2의 특수를 맞았다”며 반색했다. 서울 강남의 한 한의원은 “‘총명탕을 일주일 치만 더 타가겠다’는 부모들의 주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떡집도 “이미 당초 예정된 수능날에 떡 주문이 많이 들어왔는데 일주일 뒤로 미뤄져 추가 주문이 계속 들어올 것”이라며 웃었다.

수능 고사장으로 지정된 학교는 이날 모두 휴교했다. 수능은 치러지지 않았지만 고사장 배치표 등 안내판은 그대로였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고교 관계자는 “내일 학생들이 정상 등교하는 대로 고사장 안내판이나 책상 배열을 원래 모습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예윤 yeah@donga.com·김배중·최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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