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 평화 기원 위해 여수서 4일 국제학술회의 개최 의병-민초 기리는 위령제도 열려
정유재란 당시 왜군이 경남 영산에 살포한 포고문(일본 사가현립 나고야성박물관 소장). 포고문에는 민초들에게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관리나 의병을 발견하면 신고하거나 죽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국립진주박물관 제공
문화재청 현충사관리소와 전남 여수·순천시, 충남 아산시는 4일 여수 디오션리조트에서 ‘정유재란 7주갑을 통해 본 동아시아의 어제, 오늘, 내일’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한다. 학술회의는 1597년 발발한 정유재란과 명량해전 승전 420주년을 맞아 정유재란 당시 민초들이 겪었던 현실을 현재 동아시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비교하고 의미를 살펴보고자 마련됐다.
이욱 순천대 사학과 교수(52)는 정유재란 주요 전쟁터였던 호남지역 백성들의 움직임을 살펴본 ‘정유재란 호남민중의 동향’을 발표한다. 이 교수는 7일 순천시의회가 개최하는 토론회 ‘정유재란과 충무공 이순신, 의병정신 재조명’에서 토론한다.
정유재란 당시 왜군은 민초들에게 고향마을로 돌아와 농사를 짓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의병장을 찾아내 죽이고 그 가족과 부하들을 살해했다. 하지만 의병활동이 계속되자 민초들에 대한 약탈과 살해를 이어갔다. 순천지역 민초들은 왜군에 의해 왜성을 짓는 데 강제 동원됐고 전쟁이 끝나는 순간 명나라 군인들에 의해 살해됐다고 기록돼 있다. 순천 피해가 너무 커 지역에서는 정유재란을 무술년(1598년) 왜교성 전투라고 칭하는 사람도 있다.
이 교수는 “정유재란 당시 한중일 삼국 육군과 수군이 대치했던 순천의 민초들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며 “순천은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전파할 최적지”라고 말했다. 또 “호남 민초들은 임진왜란 7년 전쟁에서 시작과 끝을 이순신 장군과 함께했다”며 “이순신 장군 유적과 전설 등에 대한 재조명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진행하고 의병, 민초들의 이야기는 자치단체에서 발굴, 조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진왜란 당시 희생된 의병과 민초들을 기리는 위령제도 처음 열린다. (사)순천지구 이충무공유적연구보전회는 19일 순천 충무사에서 ‘임진왜란 7년 전쟁 중 순절영령 추모위령제’를 연다.
검단산성과 순천왜성 등을 동북아 평화유적지로 만들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순천시는 내년에 도지정문화재로 등록돼 있는 순천왜성을 국가사적지로 승격시킨 뒤 성곽 복원과 학술대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또 순천왜성 인근에 가칭 정유재란 역사공원을 만드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임동규 정유재란 역사연구회장(68)은 “임진왜란 7년 전쟁에서 이순신 장군이 관할했던 5관인 순천, 광양, 보성, 순천 낙안, 고흥(흥양) 사람들이 조선수군으로 가장 많이 활동했고 민초들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며 “민초들이 구국을 위해 싸우고 희생된 16세기 국제전쟁을 되새기고 평화를 지향하기 위해 동북아 평화공원인 정유재란 역사공원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