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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재란 420년… 재조명 열기 뜨겁다

입력 | 2017-11-02 03:00:00

한중일 3국 평화 기원 위해 여수서 4일 국제학술회의 개최
의병-민초 기리는 위령제도 열려




정유재란 당시 왜군이 경남 영산에 살포한 포고문(일본 사가현립 나고야성박물관 소장). 포고문에는 민초들에게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관리나 의병을 발견하면 신고하거나 죽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국립진주박물관 제공

정유재란 7주갑(周甲·1주갑은 60년으로 420년)을 맞아 마지막 격전지였던 전남 동부지역, 특히 순천에서 재조명 열기가 뜨겁다. 임진왜란 2차 전쟁인 정유재란 재조명 열기는 피해를 입은 민초들의 희생을 기리고 한중일 3국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문화재청 현충사관리소와 전남 여수·순천시, 충남 아산시는 4일 여수 디오션리조트에서 ‘정유재란 7주갑을 통해 본 동아시아의 어제, 오늘, 내일’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한다. 학술회의는 1597년 발발한 정유재란과 명량해전 승전 420주년을 맞아 정유재란 당시 민초들이 겪었던 현실을 현재 동아시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비교하고 의미를 살펴보고자 마련됐다.

이욱 순천대 사학과 교수(52)는 정유재란 주요 전쟁터였던 호남지역 백성들의 움직임을 살펴본 ‘정유재란 호남민중의 동향’을 발표한다. 이 교수는 7일 순천시의회가 개최하는 토론회 ‘정유재란과 충무공 이순신, 의병정신 재조명’에서 토론한다.

정유재란 당시 왜군은 전라도를 공격해 군량을 확보하고 북상하던 중 여의치 않자 퇴각해 남해안에 거점을 마련했다. 고니시 유키나가가 이끌던 왜군은 순천시 해룡면 신성리에 왜성을 짓고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에 저항하다 임진왜란 대미를 노량해전에서 장식했다. 현재 순천왜성 2km 밖에는 조명 연합군이 주둔했던 검단산성이 남아 있다. 또 검단산성 인근에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사당 충무사와 조선수군의 주둔지 묘도, 장도가 있다.

정유재란 당시 왜군은 민초들에게 고향마을로 돌아와 농사를 짓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의병장을 찾아내 죽이고 그 가족과 부하들을 살해했다. 하지만 의병활동이 계속되자 민초들에 대한 약탈과 살해를 이어갔다. 순천지역 민초들은 왜군에 의해 왜성을 짓는 데 강제 동원됐고 전쟁이 끝나는 순간 명나라 군인들에 의해 살해됐다고 기록돼 있다. 순천 피해가 너무 커 지역에서는 정유재란을 무술년(1598년) 왜교성 전투라고 칭하는 사람도 있다.

이 교수는 “정유재란 당시 한중일 삼국 육군과 수군이 대치했던 순천의 민초들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며 “순천은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전파할 최적지”라고 말했다. 또 “호남 민초들은 임진왜란 7년 전쟁에서 시작과 끝을 이순신 장군과 함께했다”며 “이순신 장군 유적과 전설 등에 대한 재조명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진행하고 의병, 민초들의 이야기는 자치단체에서 발굴, 조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진왜란 당시 희생된 의병과 민초들을 기리는 위령제도 처음 열린다. (사)순천지구 이충무공유적연구보전회는 19일 순천 충무사에서 ‘임진왜란 7년 전쟁 중 순절영령 추모위령제’를 연다.

검단산성과 순천왜성 등을 동북아 평화유적지로 만들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순천시는 내년에 도지정문화재로 등록돼 있는 순천왜성을 국가사적지로 승격시킨 뒤 성곽 복원과 학술대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또 순천왜성 인근에 가칭 정유재란 역사공원을 만드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임동규 정유재란 역사연구회장(68)은 “임진왜란 7년 전쟁에서 이순신 장군이 관할했던 5관인 순천, 광양, 보성, 순천 낙안, 고흥(흥양) 사람들이 조선수군으로 가장 많이 활동했고 민초들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며 “민초들이 구국을 위해 싸우고 희생된 16세기 국제전쟁을 되새기고 평화를 지향하기 위해 동북아 평화공원인 정유재란 역사공원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정유재란 7주갑을 맞아 전쟁의 역사를 복원하고 감춰진 진실과 교훈을 발굴하기 위한 특별기획 ‘잊혀진 전쟁 정유재란’을 7월 8일부터 매주 토요일 연재하고 있다. 또 ‘임진 정유 역사재단 추진위원회’(위원장 김병연)는 정유재란을 주제로 한 고교생 대상 글짓기 대회를 개최한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