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금리 급등… 가계 ‘빨간불’
○ 신용대출-인터넷 은행 금리도 올라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으로 당장 차주들의 이자 비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대출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은행의 10월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9월 평균보다 0.13∼0.38%포인트 올랐다. 카카오뱅크도 마이너스통장 평균 금리를 9월 3.32%에서 10월 3.52%로 0.2%포인트 올렸다.
금리가 올랐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한계차주다. 금융당국은 상환 능력이 사실상 없다고 판단되는 차주들의 부채가 1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이미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에 손을 벌린 경우가 많아 금리 인상의 충격이 더욱 거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기준금리가 1.25%에서 1%포인트 상승했을 때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연간 이자비용이 308만 원에서 364만 원, 3%포인트 상승했을 때 476만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조건에서 한계가구의 연간 이자비용은 803만 원에서 913만 원(1%포인트 상승), 1135만 원(3%포인트)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 함께 금리가 오르면 소득 대비 빚이 많은 은퇴 세대, 빚을 끌어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들의 상환 부담이 커진다. 경기부양에 급급해 가계빚을 키워온 그간의 정책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빚 부담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저금리 시대에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던 소비가 더 큰 부진에 빠지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올해는 한국 경제가 3%대 성장으로 비교적 ‘선방’할 가능성이 높지만 내년 이후 본격적인 금리 인상의 후폭풍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분기(7∼9월) 한국 경제는 전 분기 대비 1.4% 성장하며 분기 성장률로는 7년 만에 가장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에도 소비는 거의 늘지 않았다. 3분기 국내 민간소비는 0.7% 성장하면서 2분기(1.0%)보다 오히려 줄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9일 내놓은 가계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1∼2016년)간 30대 이하 청년층의 소비지출액은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 이전 5년(2005∼2010년)이 4.6% 늘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된 수치다. 소비 급감 현상은 청년층 외에 중년층(4.4%→2.1%)과 노년층(3.0%→1.0%) 등 전 연령층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에도 악재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짐에 따라 집을 사려는 수요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에는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을 앞두고 전국 본보기집 등에 20만 명 이상이 몰렸다.
○ “일단 빚부터 줄여라”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기에는 그에 맞는 대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선 저축에 집착하거나 투자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다는 있는 빚을 빨리 상환하는 게 먼저다. 또 만기가 10년 이내인 단기 대출에는 변동금리가 유리하지만 10년 이상 장기 대출은 고정금리가 낫다.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는 은행들이 리스크에 곧바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고정금리 대출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이원휴 KEB하나은행 한남1동골드클럽 PB팀장은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대출의 금리 차가 0.5%포인트 이하라면 고정금리 대출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올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 금리 인하 요구권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홍승훈 KB국민은행 잠실롯데PB센터 팀장은 “급여 인상이나 승진, 자산이나 부동산이 늘어나는 등 신용등급이 올라갈 상황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은행에 금리를 내려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송충현 / 세종=박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