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상수도본부-시공사 대립으로 두 달 가까이 수도관 매설작업 차질 시공 불가능 구간도깵 설계 부실 논란
세종시 용수공급 공사 구간에서 시공사인 D건설이 대전시상수도사업본부가 제시한 공법으로는 수도관 매설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공개시연회를 열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세종시 수돗물 공급 차질 빚나
이 공사는 대전 유성구 용산교 네거리∼세종시 금남면 장재리 구간(12.9km)에 수도관을 매설하는 작업이다. 신탄진 정수장의 수돗물을 세종시에 하루 평균 14만 m³ 공급하기 위한 시설이다.
하지만 시공사인 D건설이 설계 부실을 이유로 공사 한 달 만인 9월 6일 작업장에서 철수했다. 상수도본부 측은 “최악의 경우 지족동 가압장이라도 가동해 용수를 공급하겠다”고 밝혀 이미 공기 맞추기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동섭 대전시의원은 24일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공사가 수도관 매설용 흙막이 설비와 터널추진공법, 노선 선택 등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과 D건설에 따르면 공사를 중단한 1차적인 이유는 수도관 매설에 사용하는 조립식 간이 흙막이 설비 때문이다. D건설은 설계에 반영된 설비(SK패널)를 쓰면 수도관 매설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상수도본부의 제안대로 공사 방식을 바꾸면 작업량 증가로 공기를 맞추기 어려울 뿐 아니라 25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 시공사는 이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12일 공개시연회를 열었고 “작업이 가능한 설비(TS패널)로 설계를 바꿔 달라고 요구하자 상수도본부는 시공상 유연성을 발휘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비판했다. 관급 공사의 시공사가 공개적으로 발주처인 행정기관을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상수도본부는 “설비를 바꾸면 16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 현재 설계대로 공사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 곳곳 설계 부실 논란
1구간의 경우 지하 매설물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대전시가 3억 원의 별도 용역비를 들여 이 구간의 지하 매설물이 포화상태인 것을 확인했는데도 그대로 수도관 매설 노선으로 선택했다”며 “명백한 설계 부실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 또 “터널구간의 경우 단단한 경암이 많은 데도 연약지반에 가능한 공법으로 설계해 시공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시공사 의뢰를 받은 호서대 연구팀도 이 공법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