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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박물관 유물 4만점 내년 ‘고향’으로

입력 | 2017-10-26 03:00:00

배기동 관장 “지방박물관으로 이관… 지역 대표 브랜드로 키울것”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이관이 검토되고 있는 ‘경주 감은사 터 삼층석탑 사리장 엄구’. 문화재청 제공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4만4000여 점의 유물이 내년 말까지 지방 국립박물관으로 대거 이관된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25일 열린 간담회에서 “중앙박물관이 갖고 있는 유물이 (지방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고 질도 높다”며 “각 지방 국립박물관의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유물들을 이관해 관람객들을 끌어들이겠다”고 밝혔다.

출토지가 분명한 유물들을 해당 지방 박물관으로 보내겠다는 것으로, 유물은 제자리에 놓여야 진정성이 있다는 문화재 보존 원칙에도 부합한다.

박물관에 따르면 내년까지 서울에서 지방 국립박물관으로 이관될 유물 4만4000여 점은 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전체 유물의 약 11%에 달한다.

아직 구체적인 이관 품목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박물관 안팎에서는 보물 제1359호 ‘경주 감은사 터 삼층석탑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사리를 봉안한 공예품)’와 보물 제343호 ‘부여 외리 산수봉황 무늬벽돌’, ‘칠곡 정도사조탑형지기(淨兜寺造塔形止記·탑을 쌓은 내력을 적은 기록)’ 등이 이관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배 관장은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파리 루브르박물관을 찾는 것처럼 예컨대 공주의 무령왕릉 출토 유물이나 부여의 금동대향로를 지방 국립박물관으로 이전해 브랜드화하는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의 본래 자리를 되찾는 동시에 지역주민들의 문화 수요를 충족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생이나 어린이를 위한 별도의 관람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어린이와 어른이 한 공간에 있다 보니 간섭작용이 일어난다”며 “관람객들이 집중력 있게 유물을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준비하는 ‘대고려전’과 더불어 국사편찬위원회와 손잡고 고려시대 금석문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올해 말 국립경주박물관을 시작으로 전국 지방 박물관들이 고려 관련 전시를 잇달아 개최할 예정이다.

배 관장은 “우리 민족과 인류의 기원을 주제로 한 이른바 ‘인류의 여명’ 전시도 추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