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럽고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못생긴 패션’이 유행이다. 베트멍의 2018 봄·여름 컬렉션과 구치의 2017 크루즈 컬렉션, 베트멍의 2017 가을·겨울 컬렉션(왼쪽부터). 베트멍 페이스북·구치 제공
이 정도면 ‘패션 테러리스트’의 구색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최근 이런 ‘못생긴 패션(어글리 패션)’이 뜨고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최근 못생긴 패션을 자랑하듯 올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알록달록한 아웃도어 점퍼, 조금 정도가 아니라 아주 큰 아버지의 낡은 재킷, 할머니가 입었던 촌스러운 스웨터를 입은 사진들에 호평이 많다.
스케처스의 고든 잭 G1 스니커즈(위쪽)와 발렌시아가의 트리플S 스니커즈. 하이스노바이어티 홈페이지 캡처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드리스 판노턴은 한 패션 잡지에 “나를 포함한 많은 패션디자이너들이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못생긴 것을 더 좋아한다”라며 “못생긴 것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패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못생긴 패션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비판적인 입장의 한 패션디자이너는 “최근 경향은 주류 패션에 대한 반항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일시적인 유행”이라고 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못생긴 패션을 3년 전부터 유행했던 ‘놈코어(Normcore)’ 스타일의 확장판이라고 분석했다. 트렌드 예측 기관인 케이홀은 “남들과 비슷하면서 편안한 옷차림이지만 한 가지 포인트를 줬던 놈코어가 남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30여 년 전 부모님 세대 때의 패션을 가져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허환 패션디자이너는 “완벽하게 새로운 패션은 생겨나지 않는다. 항상 기존의 틀에서 변형되고 발전될 뿐”이라며 “가장 패션적이지 않은 조합에서 출발한 못생긴 패션은 자신의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층에서 파격적으로 발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