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대학병원 폭력사태 수습나서
부산대병원 전공의 11명이 지도교수로부터 2년 넘게 폭행을 당하는 등 최근 대학병원 사건이 잇따르자 보건당국이 뒤늦게 나섰다. 지난해 전공의 폭행 사건이 벌어진 전북대병원에 ‘전공의 모집 중단’ 처분을 내리는 한편으로 다른 병원의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24일 보건복지부는 “6월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전공의가 선배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는 민원이 접수돼 진상 조사를 벌인 결과 폭행 사실 외에 수련환경평가 제출 자료 허위 작성 등 법 위반 사실을 확인해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시행된 후 첫 행정처분이다.
복지부는 전북대병원에 과태료 100만 원을 부과하는 조치 외에 2년간 정형외과 레지던트 모집을 중단하고 인턴 정원을 기존 44명에서 42명으로 줄이도록 조치했다. 기존 정형외과에서 근무하던 전공의들이 다른 수련병원으로 이동을 요청하면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다. 앞으로 3년간 수련 관련 규정을 잘 지키는지 사후 평가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로 지도교수의 전공의 폭행 사건에 부산대병원의 조치가 적절했는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과 부산대병원 노조 등에 따르면 이 병원 전공의 11명은 지도교수로부터 2년간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했다. 고막이 파열된 피해자도 있었다. 이에 피해자들은 병원 측에 폭행을 저지른 지도교수의 파면과 해임을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해당 교수에게 ‘학생들에게 접근하지 마라’고 조치하는 데 그쳤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면담하며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복지부는 이날 전공의를 상대로 한 폭행, 성범죄가 발생한 병원에 대한 과태료를 올리고 가해 교수는 지도교수 지위를 박탈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내놓았다. 또 병원별 평가를 통해 정부가 지급하는 지원금을 삭감하기로 했다.
도제식으로 이뤄지는 전공의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도교수가 전공의 장래를 좌지우지할 만큼 막강한 권한이 있다 보니 부당한 갑질에도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전공의 80%가량이 폭행 등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며 “교수 마음대로 좌지우지하지 않고 병원마다 일률적인 시스템으로 전공의가 배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 / 부산=강성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