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평생교육 시대]<1> 20돌 맞은 서울시민대학
《 평균수명은 길어지지만 교육은 대부분 20대까지 ‘전업’ 학생에게 맞춰져 있다. 그러나 급속히 변화하는 세상에서 학교 지식의 반감기는 갈수록 짧아진다. 학령기(學齡期)를 떠나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올해 성년이 된 서울시 평생교육정책과 1960년대부터 공고한 시스템을 갖춘 평생교육 선진국 일본, 독일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서울시민대학 ‘조선왕조 도성 경영: 한양도성 깊이 읽기’ 강의에 참석한 중장년 학생들이 경청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송진서 씨(90·여)는 주말을 제외한 거의 매일 오전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딸네 집을 나선다. 필기구가 담긴 가방을 들고 노인정이 아닌 ‘학교’에 간다. 17일 등교한 곳은 중구 서울시청 지하 2층 시민청. 홍순민 명지대 기록정보대학원 교수가 ‘조선왕조 도성경영: 한양도성 깊이 읽기’라는 수업을 했다.
지금은 규모와 질 모두 달라졌다. 2013년 서울시가 ‘평생학습 추진계획’을 새로 마련하고 시민대학을 직접 운영하면서 현재 모습을 갖췄다. 지난해 학습자가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섰고, 올해는 약 1만2000명이 시민대학을 찾았다. 강좌는 270개로 역사 문화 철학 예술 과학 등을 망라한다. 학습장도 시민청과 뚝섬 은평 중랑학습장, 그리고 서울에 캠퍼스를 둔 23개 대학과 연계한 곳까지 모두 27곳이다.
시민대학 문을 두드린 이들은 대부분 배움에 목마른 40, 50대 주부나 60세 이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시민대학 학생 중 60세 이상이 41.2%였다. 50대 24.7%, 40대 20.8%였다. 김진미 씨(56·여)는 “강좌를 듣고서 더 알고 싶은 내용은 책을 찾아 읽으면서 시야를 넓히는 게 주요한 일상이 됐다”며 “서울시민으로 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혜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사에게도 서울시민대학은 좋은 기회다. 학점을 위해 수업을 듣는 학생을 상대평가해 성적을 매겨야 하는 일반 대학보다 더 자유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강의할 수 있어서다. 수강생 모두가 스스로 강의를 찾은 이들이라 호응도 훨씬 높다.
김 교수는 “강의를 듣는 자세나 질문 수준은 전공자 못지않다”며 “타 문화권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도록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홍순민 교수도 “과거에는 시민의 지적 욕구에 비해 지식을 전달하는 통로가 많지 않았다”며 “지식인들이 교정에 갇히지 않고 시민대학을 통해 일반인 앞에 더 많이 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