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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인구 문제 연구’ 카넴 유엔인구기금 사무총재 “저출산 문제 열쇠는…”

입력 | 2017-10-20 10:16:00


나탈리아 카넴 유엔인구기금(UNFPA) 사무총재. 사진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19일 서울 중구에서 만난 나탈리아 카넴 유엔인구기금(UNFPA) 사무총재(63)는 17가지 색상으로 칠한 옷핀을 가슴에 달고 있었다. 빈곤 퇴치, 질병 극복 등 유엔이 국제사회 발전을 위해 채택한 지속가능발전 목표 17개를 상징하는 장식이다. 카넴 총재는 “이 중 다섯 번째인 ‘양성평등 및 여성역량 강화’가 한국이 겪는 저출산 문제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건복지부 주관 ‘2017 국제인구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

30년간 인구 문제를 연구한 카넴 총재의 결론은 “여성이 일과 자녀 양육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나라는 예외 없이 출산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여성의 고용 불안정성 △직장의 육아 무관심 △국가의 보육 지원 부재가 아이 갖기를 포기하는 부부를 늘린다는 뜻이다.

반면 여성이 장래를 불안해하지 않고 아이를 언제, 몇 명을 낳을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국가에선 출산율이 반등했다. 이는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야근문화 개선과 보육지원 확대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아이 낳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최근 인구학계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그가 꼽은 최선의 투자는 새로 태어난 아이들을 잘 가르쳐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다. 한국처럼 기대수명이 긴 사회일수록 양질의 인재가 노인이 된 이후에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교육에 공을 들이는 게 ‘비용 대비 효과’를 가장 높이는 정책이라는 얘기다. UNFPA는 이런 방안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국내 연구기관과 함께 연구하기 위해 내년에 서울에 지역사무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카넴 총재는 1976년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워싱턴대에서 의학박사 과정을 마쳤다. 뉴욕 시 할렘 지역에서 조기 사망률을 조사하면서 ‘환자 한 명을 돌보는 것보다 삶의 격차가 천차만별인 지역사회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인구 전문가로 거듭났다. 1992년부터 13년간 포드 재단에서 여성 건강 문제를 다뤘고, 2014년 UNFPA 탄자니아 사무소장을 거쳐 이달 3일 사무총재로 취임했다. UNFPA는 각국이 처한 인구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1967년 설립됐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