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얼마 전 만난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원장이 한 말이다.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체육과 과장을 지내는 등 현장과 행정을 두루 꿰뚫고 있는 전문가의 말이라 무게감을 느꼈다.
문체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걱정할 만하다. 3, 5, 7, 9월 4차례에 걸쳐 국민들의 의견을 물었는데 가장 최근 조사에서 패럴림픽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2.9%에 그쳤다. 7월의 25.4%보다도 떨어진 수치다. 여론조사에서 패럴림픽을 경기장에서 관람할 것인가를 묻는 항목은 없었다. 하지만 관심도가 39.9%인 올림픽을 경기장에서 보겠다고 한 응답이 7.1%에 불과한 것을 보면 패럴림픽은 5%도 안 될 것이다. 최근 방한한 앤드루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이 평창 겨울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에 강조한 것도 “당장 티켓을 팔 방법을 고민하라”였다. 조직위는 패럴림픽 입장권 22만 장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재 1만 장도 팔리지 않았다.
물론 ‘입장권 매진’만으로 대회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는 없다. 학생, 공무원, 기업체 직원들을 동원하면 관중석을 적당히 메우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대회 개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줄이는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평창 패럴림픽이 남겨야 할 유산이다.
런던 대회가 끝난 뒤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 성인의 약 80%가 “패럴림픽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꿔 놨다”고 대답했다. 관심이 필요한 이유는 그래서다. 경기에서 장애인들을 접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그러다 보면 인식은 조금씩 바뀔 수 있다. 현장에서든 TV로든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그 시간은 더 짧아진다. 대한민국은 아직, 당연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장애학생 부모들이 죄인처럼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려야 하는 사회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