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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외과 전문의 지원 기피현상 이어져 10년후엔 의사 없어 수술 못할수도”

입력 | 2017-10-11 03:00:00

5개 외과계 학회 한목소리 우려




“우리 세대는 어떻게든 버텨볼 수 있지만 전공의 지원 부족이 이대로 지속되면 10년 뒤 뇌출혈이나 심장병 환자 등이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화됩니다.”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대한비뇨기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5개 외과계 공동대표인 장진우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은 10일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우려했다. 5개 학회가 한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현재 외과계 지원자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최근 5년간 전공의 지원율을 보면 정원 대비 △외과 60∼80% △흉부외과 약 50% △비뇨기과 25∼38%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신경외과도 지난해 정원의 87%만이 지원하는 등 전공의 미달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전공의들 사이에선 흉부외과 신경외과 신경과 등을 일명 ‘막장과’라고 부르며 기피하고 있다. 모두 환자 생명을 최일선에서 다루는 과들이다.


이영구 대한비뇨기과학회 부회장은 토론회에서 “비뇨기과 전공의 수련병원 78곳 중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는 병원이 무려 31곳에 이른다”며 “전립샘(선)암이나 신장암, 방광암 수술 등은 외국에서 받아야 하는 사태가 올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외과계 기피 현상은 무엇보다 원가의 77%에 불과할 정도로 지나치게 낮은 수가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장 이사장은 “뇌동맥이 꽈리처럼 늘어난 뇌동맥류 수술을 하면 1000만 원을 받는데 의료사고가 생기면 소송 비용만 최대 7억∼8억 원에 이른다”며 “이런 위험을 피하려고 지방 병원에선 아예 수술을 거부하는 등 의료 전달 체계의 왜곡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외과계 학회들은 외과계 기피 현상을 완화하려면 적정한 보상과 함께 의료사고 배상금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수술 보조 인력이나 입원 전담 전문의 등을 확보해 과중한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외과계 육성을 위해 올해 4월부터 약 3500억 원을 들여 수술 처치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외과계)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