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매체 “심리학자가 국정원에 조언” “MB 양아들 곽승준 前수석 누나” SNS 통해 부역자 낙인… 비난 쇄도
‘이명박(MB) 정부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의 자문에 응한 심리학자.’
최근 온라인 일부에서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를 지칭하는 말이다. ‘스타’ 심리학자가 순식간에 ‘가짜뉴스’의 제물이 됐다.
발단은 지난달 28일 어느 방송 프로그램이었다. MB 정부 국정원 심리전단 실태라며 보도한 이 프로그램에 등장한 전 국정원 관계자는 “특정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한 방법으로 심리학 이론을 응용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코알라와 합성하는 등 비하하고 희화화하는 데 조언한 심리학자가 있었다고 했다.
근거가 희박한 이 같은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곽 교수는 ‘국정원 부역자’로 둔갑했다. ‘국민을 대상으로 사기친 ×’ 같은 욕설이 그의 사진과 함께 돌았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 상위에 이름이 올랐고 욕설이 담긴 e메일이 오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은 ‘아직 밝혀지지도 않은 의혹을 함부로 얘기하지 말라’고 했지만 반향은 없었다. 최근 ‘아이가 혼자 내렸다며 세워 달라는 어머니 울부짖음을 묵살했다’는 허위 주장에 서울 시내버스 운전사가 사실상 온라인 마녀사냥을 당한 사실에도 이들 누리꾼은 개의치 않는 듯했다.
곽 교수는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국정원의 자문에 응한 사실이 없다. 인격이 살해당한 기분이다. 앞으로 강단에서 학생들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며 “허위 사실을 퍼뜨린 누리꾼들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