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재 도쿄특파원
당시 그는 염주와 상복 차림으로 국회에 등장해 투표함까지 천천히 걷는 우보(牛步) 전술을 폈다. ‘자민당이 죽은 날’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아베 총리를 향해 분향 포즈를 취했다(그의 분투에도 결국 안보법안은 통과됐다). 유명 배우 출신인 그는 한국 영화에 출연했고, 재일동포를 다룬 영화에 여러 번 나온 지한파다.
최근 한 모임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현재 군소정당인 자유당 공동대표인 그는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다른 공동대표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의원이 최근 ‘희망의 당’을 창당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東京)도지사 측에 접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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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고이케 지사는 며칠 후 “외국인 지방 참정권에 반대하고 개헌에 찬성하는 후보만 공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개헌과 달리 외국인 지방 참정권 문제는 당면 이슈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를 숙원사업으로 추진해 온 재일동포 사이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치적 풍향에 예민한 고이케 지사가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는 외국인 참정권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선거 전략상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웃 나라에 점차 차가워지는 일본 사회의 변화를 읽은 것이다. 그는 이미 지난해 도지사 선거 때 ‘한국학교 증설 반대’를 약속해 표를 얻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관계자는 “외국인 지방 참정권 부여는 2000년대 초만 해도 자민당을 포함한 연립정권에서 합의했을 정도로 폭넓은 공감대가 있었던 사안”이라며 씁쓸해했다. 고이케 지사 역시 1999년 8월에는 중의원 관련 특위에서 참정권 부여안에 대해 “간사이(關西) 지역에는 많은 영주 외국인이 생업을 영위하며 세금을 내고 있다. 제안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었다.
고이케 지사의 횡포와 우익 성향에 질린 민진당 의원 일부는 신당을 결성했다. 보수의 국가주의 노선에 반대하고 호헌(護憲) 신념을 지켜 온 리버럴 세력이 ‘고이케 지사와는 같이할 수 없다’며 ‘입헌민주당’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과거 민주당 시절의 실정(失政)과 혼란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이 표를 얼마나 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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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도쿄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