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571돌 한글날]유은실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
유은실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가 8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 ‘북성재’에서 한글의 원리를 음양오행으로 풀어낸 책을 들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그는 571돌 한글날을 맞아 동료들과 함께 ‘한글, 자연의 모든 소리를 담는 글자’라는 한글 해설서를 펴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까닭과 모음과 자음을 이루는 음양(하늘, 땅, 사람) 및 오행(물, 나무, 불, 흙, 쇠)의 원리를 문답으로 정리한 책이다. 책 왼쪽에는 한국어가 적혀 있고, 오른쪽 옆면에는 영어나 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외국어로 번역돼 있다. 유 교수는 “한글에 흥미를 느낀 외국인도 읽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1982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89년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가 됐다. 하지만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식을 줄 몰랐다.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참가했을 때 외국인들이 한글의 원리에 관심을 갖는 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가 ‘한글 전도사’로 나선 이유다.
유 교수의 전공 분야인 병리학은 세포와 유전자 등을 관찰해 병의 원리를 파헤치는 학문이다. 훈민정음을 이루는 원리를 밝히는 것이 병리학과 비슷하다는 게 그의 지론. 한글은 발성기관을 글자 모양으로 흉내 낸 ‘상형’과 복잡한 소리일수록 획을 더하는 ‘가획’의 원리가 음양오행을 본뜨고자 한 세종대왕의 철학과 맞물려 어느 문자보다 과학적이다. 유 교수는 병의 원리를 파헤치듯 우리글의 낱소리를 하나하나 구분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몇 해 전부터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교수와 학생들에게 틈틈이 한글의 창제 원리를 가르치고 있다. 유 교수는 “한글을 곱씹는 기쁨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조만간 독일어와 스페인어 등으로도 해설서를 번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