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주 상원 보궐선거 경선… 배넌이 지지한 국수주의 후보 거액지원 공화당 주류측에 승리
배넌을 필두로 한 국수주의자들이 지원 유세에 나섰던 로이 무어 전 앨라배마주 대법원장은 26일 경선에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주류’는 물론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직접 지원한 현역 상원의원 루서 스트레인지를 득표율 55% 대 45%로 꺾어 본선에 나서게 됐다. 이번 선거는 제프 세션스의 법무장관 발탁으로 발생한 공석으로 치러지게 됐다. 스트레인지는 주 법무장관으로 해당 공석을 잠시 맡은 상태다.
이번 경선은 국수주의파와 공화당 주류의 전면 대결 양상이었다. 무어는 각각 2003년과 올해 앨라배마주 법원에 있는 ‘십계명’ 석상을 철거하라는 연방항소법원의 결정에 불복하고 동성부부의 결혼증명서 발급을 거부해 주 대법원장 자리에서 두 번이나 쫓겨난 바 있는 강경보수 진영의 ‘투사’다. 무어를 국수주의파 대표 선수로 꼽은 배넌은 25일 유세에 등장해 “(스트레인지를 지원하고 있는 공화당 주류는) 미국에서 가장 부패하고 무능력한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자신의 슈퍼팩(대규모 정치자금 후원 조직)을 동원해 900만 달러(약 100억 원)를 TV 광고에 쏟아붓는 등 스트레인지 당선에 사활을 걸었으나 패배했다. 지원 유세에 나섰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머쓱해졌다.
배넌은 이번 승리로 “공무원 신분으로는 원하는 싸움을 걸 수 없었다”는 자신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26일엔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공화·테네시)이 정계 은퇴를 선언해 공화당 텃밭을 둘러싼 아웃사이더와 공화당 주류의 또 다른 충돌을 예고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