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안보 망라한 결속 제안
독일과 함께 EU 빅2 국가인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6일 “현재 EU는 너무 느리고 유약하며 비효율적”이라며 100분 동안 ‘EU의 담대한 전환’ 구상을 발표했다. 정치 경제를 넘어 에너지 농업 디지털 교육 에너지까지 모든 분야를 망라한 연설에 독일 일간 디벨트는 “프랑스 대통령이 아니라 세계 대통령 같았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마크롱 대통령은 24일 독일 총선에서 약진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을 언급하며 “민족주의와 분열주의는 두 차례 세계대전의 비극으로 탄생한 유럽 통합의 원칙들을 해치고 있다”며 “단합된 민주주의로 다시 태어나자”고 말했다.
유럽의 골칫거리인 난민과 관련해서는 위험에 처한 난민은 신속하게 구제하되 무분별한 유럽 내 유입을 막기 위한 시스템을 제안했다. 국가마다 다른 체계를 조율하기 위해 ‘유럽난민청’을 설립하고 유럽 표준 증명 문서를 마련하되, 국경 보호를 위해 유럽국경경찰을 창설하자고 제안했다. 테러를 막기 위해 EU 차원의 대테러 전담 조직과 정보요원을 양성하는 아카데미 신설도 제안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EU가 공동 예산을 만들고 재무장관을 신설해 EU 의회의 통제를 받자고 제안했다. 재정 분야를 넘어 독자 영역이던 조세 분야의 통합도 주장했다. 국가마다 다른 법인세를 2020년까지 일원화해 다국적 기업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덤핑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그가 발표 장소를 파리 소르본대로 정하고 유럽 각국 학생 1000여 명을 초대한 것은 EU 통합이 청년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유럽의 모든 국가 학생들이 6개월 이상 다른 유럽 국가에서 살도록 해 유럽인 모두가 최소한 2개 언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EU 차원에서 학위를 주는 대학 20곳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실행을 위해 유럽 강국 독일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내년 1월 22일 양국이 개척자 정신을 발휘해 2024년까지 기업들에 같은 규칙을 적용하도록 시장을 통합하는 내용의 조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내 친구 마크롱이 유럽인으로서 의미 있는 연설을 했다”고 극찬하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로드맵을 정하는 과정에서 모든 아이디어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