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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률 1%만 늘어도 축구장 7개 넓이 매립장 사라진다

입력 | 2017-09-07 03:00:00

내년 시행 앞둔 ‘자원순환기본법’




지난달 31일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자원재활용센터에서 직원이 TV 패널에서 분리한 재활용품들을 옮기고 있다. 사용이 가능한 재활용품들은 곧장 새 제품 생산에 투입하고 불가능한 것들은 재활용업체에 보낸다. 파주=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난달 31일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자원재활용센터에서는 버려진 TV를 분리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부품들은 ‘광학필름’ ‘폐가전’ ‘폐LED’ ‘폐PCB’라고 쓰인 자루에 차곡차곡 쌓였다. 재사용할 수 있는 건 다시 쓰고 나머지는 재활용 업체로 보내기 위해서다.

이곳 공장 폐기물의 15%를 차지하는 유리는 잘게 쪼개 벽돌이나 특수 섬유의 원료로 쓴다. 필름이 붙어 있으면 재활용이 어려웠는데, 지난해 이런 유리를 잘게 쪼개 필름을 떼어 내는 ‘폐유리 접착필름 제거 기술’을 개발한 덕에 실질 재활용률(순환이용률)이 2014년 82.0%에서 지난해 93.3%로 크게 올랐다. 당연히 그만큼 매립(폐기)하는 유리의 양도 줄었다. 김재환 파주그린팀 책임은 “신제품 포장 때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보호필름도 원래 접착성분 때문에 재활용이 불가능했는데 접착제를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해 재활용이 가능해졌다”며 “이런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인력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처리 비용 높여 재활용 비율 끌어올려

이렇게 재활용 기술 개발에 열심인 이유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자원순환기본법’ 때문이다. 2018년 1월 1일부터 사업자와 지방자치단체는 기존에 내던 폐기물 처리 비용에 더해 부담금을 내야 한다. 원래도 폐기물을 매립하거나 소각할 때 비용을 지불했지만 이제 폐기물 종류·무게별로 추가 금액이 부과된다. 매립 시 kg당 10∼30원, 소각 시 10원이다.

‘버리는 값’이 커지면 자연히 재활용 비율이 늘어난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예를 들어 LG디스플레이가 폐유리 1000t을 매립하려다 재활용하면 부담금을 포함해 최소 1000만 원(불연성 사업장폐기물 10원×100만 kg)을 절감하는 셈이 된다.

고인표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처 재활용성평가팀장은 “폐기물을 재활용하면 생산 비용과 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정부의 자원순환촉진사업 우수 사례로 꼽힌 자동차 부품회사 ㈜한도는 폐유 처리 설비를 개선한 뒤 쓰고 버려지던 절삭 가공유를 전량 재사용할 수 있게 됐다. 생산 효율성이 올라갔고 폐기물 발생량은 전년도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모든 지자체·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일부 예외는 있다. 자체 매립시설에 폐기물을 두었다가 3년 이내 재활용한다거나, 자체 혹은 다른 소각시설에서 폐기물을 태워 열에너지를 50% 이상 회수·이용하면 부담금을 감면해 준다. 현실적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도서지역 폐기물, 재난·재해 폐기물 등)이나 매출액 12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일 때에도 폐기물처분부담금을 감면 받는다.

기존 폐기물관리법상 유명무실했던 ‘자원순환성과 관리’ 기능이 대폭 강화된 점도 눈에 띈다. 자원순환성과 관리란 폐기물을 얼마만큼 줄이고 재활용하겠다고 목표치를 두는 제도다. ‘사업장폐기물 감량화 제도’라는 이름으로 2004년부터 운영하고 있었지만 사업자가 재활용 목표치를 자율적으로 정했고 정부 제재수단도 없어 실효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시도와 폐기물 다량 배출 사업장(18개 업종 2454곳)의 목표치를 조율한다.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 2015년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을 포함한 3개 사업장에서 성과관리제 시범사업을 벌였는데 3곳 모두 그해 순환이용률 목표치를 무난히 넘겼다.

그 밖에 사업장별로 일정 요건(환경성, 경제성 등)을 충족하는 폐기물은 ‘순환자원’으로 인정해 폐기물 규제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제품의 재활용 가능성을 평가해 점수가 낮은 제품 업체에는 개선권고를 내리는 ‘순환이용성평가’ 등이 새로 도입될 예정이다.

○ 2020년까지 매립량 3분의 1로

정부는 이런 자원순환기본법의 주요 제도들이 본격 시행되면 쓰레기 매립량이 현재의 3분의 1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본다. 폐기물 다량 배출 사업장 2454곳이 연간 내놓는 폐기물 양은 5155만 t. 매립률을 1% 낮추고 재활용률을 1% 올릴 때마다 폐기물 처분 비용은 530억 원씩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축구장 7개에 해당하는 5만 m²의 매립장(10m 깊이)이 하나씩 없어지는 것과 같은 효과다. 이병화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2020년까지 매립량을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만든다면 매년 약 7000억 원의 비용을 아끼고 70만 m²의 매립지(10m 깊이)를 줄일 수 있다”며 “이는 8000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신도시를 만들 수 있는 면적”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순환자원을 이용함으로써 생산비를 절감하고 천연자원을 덜 이용하게 돼 자연도 보호할 수 있다. 재활용사업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장은 “정부 목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안”이라며 “우리의 최종 목표는 ‘폐기물 직(直)매립 제로(zero)화’”라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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