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젤리’ 장애인단체 초청받아… ‘넬라 판타지아’ 등 3곡 9개월 준비
29일 경기 과천시 과천시민회관의 한 연습실에서 에반젤리 장애청소년합창단이 지휘자 신호철 씨(오른쪽)와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가끔 안무도 박자도 어긋났지만, 신 씨는 “너희는 언제나 최고야. 어제보다 나아. 항상 잘해왔어”라며 끊임없이 격려했다. 과천=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놀랄 만큼 잘 부르진 않았다. 때론 가사도 더듬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손끝이 찌릿했다. 끝자락엔 목 언저리도 뜨거워졌다.
29일 저녁 경기 과천시 과천시민회관에서 열린 ‘에반젤리 장애청소년합창단’의 마지막 리허설은 뭔지 모를 기운이 연습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공동단장인 홍창진 신부(경기 광명성당 주임신부)와 배우 손현주 씨가 2005년 설립한 에반젤리합창단은 13년 동안 놀라운 성과를 만들었다.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 등 크고 작은 자선행사에서 이름을 떨치더니 드디어 일본까지 진출했다.
운영을 맡은 신혜정 국장은 “솔직히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단원들 보호 문제로 거절하려 했다”며 “오히려 아이들이 드디어 외국무대에 설 만큼 인정받아서 너무 기쁘다며 의욕을 불태웠다”고 귀띔했다. 이번 일본 공연은 청소년 단원 23명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인솔교사도 16명이나 함께 간다.
살짝 흥분한 탓인지 이날 연습도 처음엔 꽤나 산만했다. 촬영 일정상 연습에 오지 못한 손 씨가 “뭣보다 건강하고 즐겁게 다녀와야 한다”는 영상을 보내오자 아이들은 크게 박수를 치며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한번 집중하기 시작하자 무섭도록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합창단원인 유지원 군(17·경기 용인시 신봉고 2년)은 “매일 집에서도 아빠 엄마와 노래를 부르며 연습했다”며 “우리 합창단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가족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부를 노래는 총 3곡. 합창곡으로 유명한 ‘넬라 판타지아’와 가요 ‘마법의 성’, 일본 국민 아이돌 스마프의 노래 ‘세상에 하나뿐인 꽃’이다. 지휘자 신호철 씨(47)는 “한국어와 일본어, 이탈리어로 된 3곡을 완전히 소화하는 데 9개월이 걸렸다”며 “힘들었을 텐데도 한 번도 내색하지 않을 정도로 대견하고 씩씩한 친구들”이라고 전했다.
과천=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