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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케아는 빼고 국내쇼핑몰만 쉬라는 역차별 규제

입력 | 2017-08-26 00:01:00


생활용품 전반을 판매하는 외국 기업 이케아는 설날과 추석만 쉬는데, 국내 복합쇼핑몰만 월 2회 문 닫게 하는 규제가 공평한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4일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 ‘스타필드’ 개장식에서 “법 테두리 안에서 열심히 하는 게 기업인의 사명”이라는 전제 아래 쏟아낸 작심발언이다. 골목상권 보호라는 명분으로 내년 1월 도입되는 ‘복합쇼핑몰 월 2회 영업제한’ 규정 때문에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이케아가 강제 휴업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은 외국 기업이어서라기보다 가구전문점으로 등록돼 있어서다. 하지만 이케아는 가구뿐만 아니라 식음료 장난감 식기류 등 거의 모든 생활용품을 파는 사실상의 복합쇼핑몰이다. 이케아 광명점은 주말마다 인근 도로가 마비될 정도로 인파가 몰려들고, 부근 영세상인들은 타격이 크다고 아우성이다. 경쟁 관계인 국내 쇼핑몰로서는 규제가 공평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다고 이케아에 강제 휴업 규제를 한다면 소비자 불만이 커지는 것은 물론 한국은 기업하기 힘든 국가라는 오명만 뒤집어쓸 것이다.

문제는 글로벌 기준과 동떨어진 한국의 규제체계다. 글로벌 경쟁 차원에서 보면 시대착오적인 강제 휴업 같은 규제 때문에 대·중소기업이 상생은커녕 함께 몰락할 우려가 적지 않다. 전국 32개 복합쇼핑몰 가운데 대기업 계열은 14곳뿐이고 나머지는 중견·중소 규모인데도 똑같은 영업규제를 받는 것은 공정하다고 하기 어렵다. 세계적 기업들은 영역을 파괴하며 융합하고 혁신하는데 우리나라만 울타리식 규제로 기업을 옥죄는 형국이다.

어제 경제부처들은 혁신성장 기반 강화, 산업생태계 혁신, 4차 산업에 40조 원 공급 등으로 3%대 성장을 이루겠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불합리한 규제체계에 대한 논의는 미흡했다. 기업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정부가 성장 목표를 세운들 공염불로 그칠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