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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 말아 휴대하는 대형 모니터 나온다

입력 | 2017-08-25 03:00:00

KAIST ‘직물 디스플레이’ 개발




컴퓨터 모니터나 TV 화면 같은 디스플레이 제품은 흔히 대대익선(大大益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크면 클수록 좋다는 뜻. 그러나 커진 만큼 부피와 무게도 커져 휴대하기 어려워지는 단점이 생긴다.

이 숙제를 해결할 ‘직물(織物) 디스플레이’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최경철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팀은 직물에 고성능 디스플레이 개발에 자주 쓰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융합해 직물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천으로 만든 디스플레이를 실용화 직전 단계까지 완성한 것으로 돌돌 말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첨단 디스플레이 개발이 한층 더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휴대용 디스플레이 개발의 대세는 말랑말랑하고 구부러지는 필름형 소재를 이용하는 것이다. 유리가 아닌 얇은 투명필름 위에 전기회로를 올려서 만든다. 자유롭게 구부러지는 데다 얇고 가벼워 각광받았다.

이 기술은 그간 상당 부분 실용화 단계에 들어섰지만 아직 걸림돌도 많다. 투명필름 자체는 손쉽게 구부러지지만 여기에 연결하는 전원연결선이나 각종 반도체칩이 들어간 회로기판까지 유연하게 만들긴 어려웠다. 그래핀(탄소단원자막)이나 탄소나노튜브(CNT) 등 첨단 소재를 이용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가늘고 촘촘한 회로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초기에는 아예 휘어진 형태로 제품을 만드는 커브드(Curved) 형태 제품이 소개됐으며 일정 부분만을 더 큰 각도로 구부린 벤디드(Bended) 형태도 등장했다. 시청 거리에 따라 구부림각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고가형 TV도 실용화됐다.

연구진은 완전히 반으로 접을 수 있는 폴더블(Foldable) 형태나 돌돌 말 수 있는 롤러블(Rollable) 형태의 디스플레이도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는 연말 세계 첫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방식도 수십 인치를 넘어서는 대형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엔 제한이 생긴다. 무게가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천을 짜듯 각종 발광(發光) 소자를 실과 섞어 만드는 직물 디스플레이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디스플레이를 개어 보관하거나 돌돌 말아 들고 다닐 수 있고, 의복처럼 만들어 입을 수도 있어 궁극의 유연성 디스플레이가 될 수 있지만 기술적 한계로 실용화 시기를 점치기 어려웠다.

최 교수팀은 2015년 거친 직물 위에서 수백 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굵기의 OLED를 붙여 넣는 ‘열접착 평탄화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또 2016년에는 빛이 나는 실을 균일한 속도로 뽑는 ‘딥 코팅’ 기술 역시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 두 기술을 하나로 합쳐 옷감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성능은 뛰어난 직물형 OLED 소재 구현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현재까지 개발된 직물형 발광 소자 중 가장 밝고 효율이 뛰어나다.

유연성 디스플레이의 단점인 짧은 수명 문제도 해결해 일반 TV 모니터만큼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대형 디스플레이는 물론 다양한 전자산업 발전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