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동시다발 테러
흰색 피아트 밴은 카탈루냐광장 지하철역에서부터 차도를 이탈해 서울의 명동거리에 해당하는 람블라 거리(1.2km)를 지그재그로 달리며 보행자를 치었다. 이 밴은 500m를 달려 신문판매대를 들이받고 멈췄다. 목격자 엘렌 베르캄 씨는 “사람들이 차에 치이며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고 테러 순간을 전했다.
피해자 중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독일, 벨기에 등 34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죽거나 다쳤다. 특히 프랑스인 관광객 26명이 다쳤고 11명은 중태다.
이에 앞서 17일 밤 바르셀로나에서 200km 떨어진 알카나르의 한 주택에서는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곳에 폭발 장치가 미리 설치돼 있었던 걸로 보아 테러라고 발표했다. 1차 폭발로 소방 인력과 경찰이 현장을 찾은 가운데 2차 폭발이 발생해 피해가 컸다. 1명이 죽고 16명이 다쳤다.
스페인 경찰은 바르셀로나 테러 용의자 4명을 체포했다. 테러 발생 3시간 뒤 사건 현장에 남겨진 공격 차량 속 서류를 바탕으로 바르셀로나에서 110km 떨어진 리폴에서 모로코 출신 드리스 우카비르(28)를 체포했다. 그는 테러 차량인 밴을 렌트한 당사자로 추정된다. 그러나 본인은 “누군가가 내 서류를 훔친 것으로 테러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 명은 모로코 북동부 스페인령 항구인 멜리야 출신의 호세프 유이스 트라페로로 알카나르에서 체포됐다. 그러나 정작 바르셀로나 테러를 일으킨 뒤 뛰어 달아난 운전자는 잡지 못하고 있다. 운전자는 드리스의 남동생인 무사 우카비르라고 스페인 언론이 전했다.
스페인은 2004년 마드리드에서 알카에다 세력이 저지른 통근열차 폭탄 테러로 192명이 사망한 이후 테러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지하디스트는 지중해 인기 관광지에서 테러를 벌이겠다고 계속 경고해 왔다.
최근 스페인은 모로코와 알제리를 통해 유입되는 난민이 크게 늘면서 난민을 위장한 테러리스트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3일까지 지중해를 건너 스페인에 온 난민은 838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76명)보다 3배 이상으로 늘었다.
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카이로=박민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