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와 옥저의 땅, 연해주를 가다 <하> 러시아 옥저 유적 옥저에서 처음 발견된 청동투겁창… 기원전 4세기 고조선 유물로 추정 모피 무역 중심지였던 고조선… 연해주와의 교역 보여주는 증거 고립된 부족국가로 알려졌던 옥저… 부여와 교류한 개방 사회였음을 확인
러시아 연해주 아누치노 지역의 옥저 유적에서 발견된 고조선 청동투겁창. 길이 21㎝, 최대 폭 3.9㎝로 한반도에서 출토된 청동투겁창보다 큰 편이다. 강인욱 교수 제공
2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 강인욱 경희대 교수(북방 고고학), 국립문화재연구소로 구성된 취재팀은 연해주 아누치노 유적에서 출토된 청동투겁창 1점을 현지에서 확인했다. 해당 유물은 한 러시아 주민에 의해 기원전 4∼1세기 크로우놉카(옥저) 문화층에서 발견됐다.
길이 21cm, 폭 3.9cm의 청동투겁창은 보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날 끝이 여전히 날카로웠다. 특히 숫돌로 등날을 갈아 움푹 파인 흔적이 투겁창 표면에 남아 있었다. 등날을 간 흔적이 많지 않은 걸 감안할 때 몇 번만 사용한 뒤 무덤에 매장한 것으로 보인다. 강 교수는 “자루를 투겁창에 고정하기 위해 등날에 구멍을 뚫었는데 이는 중국 지린(吉林) 지역 청동기에서 흔히 발견되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연해주 니콜라옙카 성터에서 발견된 기원전 4∼3세기 부여계 안테나식(촉각식) 동검(銅劍)이 주목된다. 당시 이 동검은 비슷한 시기에 통용된 중국 위나라 화폐 ‘칠원일근’과 함께 발견됐다. 강 교수는 “고조선 청동투겁창과 부여 동검은 중원과 요동지역, 연해주로 이어지는 고대 모피무역 과정에서 옥저로 넘어온 유물로 추정된다”며 “옥저가 고립된 부족국가라기보다 멀리 고조선, 부여와 교류한 개방 사회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편 연해주 미하일롭카 지역에서도 니콜라옙카 출토품과 비슷한 안테나식 동검이 출토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동검 근처에서는 중국 화폐인 반량전(半兩錢)과 오수전(五銖錢)도 발견됐다.
강 교수는 “연해주는 이미 기원전부터 옥저로 대표되는 한민족 고대사의 한 축을 이뤘다”며 “이후 발해가 연해주로 진출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아누치노=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