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나로우주센터 가보니
9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한국형발사체(KSLV-II) 시험발사체를 조립동에서 발사대까지 안전하게 수송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트레일러에 실린 것은 실제 발사할 시험발사체와 무게, 무게중심, 크기 등을 동일하게 만든 모형이다. 고흥=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원유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체계종합팀 선임연구원은 9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된 한국형발사체(KSLV-Ⅱ) 시험발사체 이동 훈련을 보며 이렇게 설명했다. 대형 트레일러가 길이 26.1m, 지름 2.6m, 무게 53t에 이르는 시험발사체 모형을 싣고 구불구불한 오르막 산길을 서서히 오르고 있었다. 무게중심과 무게, 크기 등을 실제 발사할 시험발사체와 동일하게 만들어 안전하게 발사대로 옮기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한국형발사체는 3단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지상에서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핵심 요소인 1단 로켓은 75t급 액체로켓 엔진 4개를 묶어서 사용한다. 시험발사체는 여기에 들어가는 75t급 액체로켓 1개를 쏘아 올려 비행 중 성능과 기술 안정성 등을 검증하는 중간 점검 과정이다.
한영민 항우연 엔진시험평가팀장은 “우리 기술로 개발한 액체로켓으로 발사체가 고도 100km 이상, 직선거리 400km 이상을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시험발사체는 내년 10월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발사된다. 한국형발사체의 본발사는 2019년과 2020년 2회로 예정돼 있다.
시험발사체도 한국형발사체와 마찬가지로 개발모델(EM), 검증모델(QM), 비행모델(FM) 등 3단계 모델을 거쳐 성능을 검증한 뒤 발사한다. 조립동에서는 실제 발사하는 비행모델의 바로 전 단계인 검증모델 조립이 한창이었다. 원 연구원은 “개발모델은 개발 과정에서 여러 차례 구조와 성능을 개선하면서 만드는 모델이고, 검증모델은 비행모델과 동등한 수준의 완성품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증모델에 들어가는 엔진과 각종 부품들은 형태가 개발모델에 비해 눈에 띌 정도로 간결했다. 배관 역시 훨씬 가늘고 얇았다. 엔진은 초기 모델 대비 30%가량 경량화됐고, 전체 무게도 약 15% 가벼워졌다. 연구진은 내년 1월 말 검증모델 조립이 끝나면 발사체를 수직으로 세워 통신·제어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원 연구원은 “곧바로 비행모델 조립에 들어가기 때문에 내년 10월 시험발사체 발사 일정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모델 조립에는 7개월이 소요된다.
김진한 항우연 발사체엔진개발단장은 “시험발사체 1단과 한국형발사체 1, 2단에 들어가는 75t급 액체로켓 엔진은 이미 30여 차례의 지상시험을 통해 성능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75t급 엔진의 첫 모델인 1호기에서 이미 성능 기준(143초)을 넘긴 145초를 달성했고, 올해 4월 3호기 시험에서는 165초 최장기록을 세웠다. 액체산소·케로신을 사용하는 새로운 1단 엔진 개발의 일반적인 기준은 엔진 15기, 연소시험 400회, 누적 연소 시간 4만 초다.
초당 연료 1kg을 연소할 때 기준 추력을 계속낼 수 있는 시간인 비추력(比推力) 역시 75t급 엔진의 성능 기준(298초)을 4초 넘어선 302초를 달성했다. 김 단장은 “1초를 늘리면 1단을 기준으로 무게가 250kg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탑재체를 약 15kg 더 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구진은 75t급 4호기의 연소시험과 시험발사체 검증모델에 들어갈 5호기의 기초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달부터는 75t급 엔진을 자체 기술로 구축한 고공연소시험설비에 넣어 우주공간과 유사한 진공 환경에서도 실험할 예정이다.
한국형발사체 3단용으로 개발 중인 7t급 엔진은 75t급 엔진의 3분의 1 크기다. 7t급 엔진 역시 고공연소시험 4회를 포함해 총 23회에 걸친 1, 2호기 연소시험을 통해 누적 연소 시간 1744초를 달성했고, 지난해 10월 7t급 엔진의 연속 연소 시간 성능 기준(500초)을 훌쩍 넘어선 580초 기록을 세웠다.
고흥=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