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성훈-김헌곤-김성윤(왼쪽부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저 친구 한번 지켜보세요.”
삼성 김한수 감독은 7월 30일 고척돔에서 열린 넥센전을 앞두고 그라운드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한 선수를 바라봤다. 신장이 170㎝ 정도 되는 작은 선수였다. 1군에 올라온 지는 고작 3일 차. 신체적인 조건과 일천한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대주자 요원으로 쓰일 재목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깜짝 놀랄 얘기를 꺼냈다. 그는 “저 선수가 오늘 우리 선발 2루수다”라고 말했다. 이 선수는 이날 자신의 프로 첫 안타를 포함해 무려 3안타를 때렸다. 최근 삼성 내야진에 활력을 더하고 있는 김성훈(24)의 1군 첫 선발출장 얘기다.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성적은 100경기를 넘게 치른 현 시점에서 8위. 승률은 0.400 선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외국인투수의 부진, 핵심자원 유출 등 커다란 공백들을 또다시 메우지 못한 모습이다. 시즌 전 야심 차게 꿈꿨던 가을야구는 이제 사실상 어려운 목표가 됐다.
삼성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세대교체’ 바람이 이제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군에서 돌아온 뒤 주전 좌익수 자리를 꿰찬 김헌곤, 1년차 신인 외야수 김성윤, 안방 경쟁을 예고한 권정웅과 나원탁 등 소위 1군 ‘맛’을 본 선수들이 포지션 곳곳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붙박이 2루수로 출전하고 있는 김성훈까지 더하면 삼성의 전력은 눈에 띄게 젊어진다. 이들은 단순히 주전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기용된 자원들이 아니다. 매 출전마다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쳐 삼성 팬들의 눈도장을 톡톡히 받고 있다. 다시 한번 포효할 준비를 하고 있는 사자군단이 젊은 사자들을 앞세워 맹수 본능을 키우고 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