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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發 ‘금융 빅뱅’

입력 | 2017-07-31 03:00:00

126만명 끌어모은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 82만-케이뱅크 44만명 계좌 개설… 은행권 혁신 ‘메기’로




《 지난주 출범한 카카오뱅크의 돌풍에 힘입어 인터넷전문은행이 ‘가입자 1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27일 출범한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계좌 개설 고객 수는 30일 오후 3시 현재 82만600명을 기록했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가입자 44만 명을 합하면 126만여 명에 달한다. ‘24시간 내내 문 여는 은행’을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은 국내에 선보인 지 넉 달 만에 2%대의 낮은 대출 금리와 빠른 서비스, 간편한 가입 절차 등을 앞세워 은행권의 ‘메기’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올 4월 도입된 인터넷전문은행이 석 달 만에 고객을 120만 명(계좌 수 기준) 이상 쓸어 모으며 금융업계뿐 아니라 일반인의 금융생활에도 거센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은 기존의 시중은행들에선 상상할 수조차 없던 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대박을 터뜨렸고 ‘혁신 없이 금리 장사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은행권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들의 흥행에 고무돼 제3, 제4의 인터넷은행을 탄생시키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지분 소유한도를 규정한 은산(銀産)분리 규제 완화 등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 ‘금융생활’ 바꾸는 인터넷전문은행

인터넷은행들은 낮은 금리와 편리함, 친숙함을 무기로 내세우면서 젊은층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점포 운영비용을 아껴 가격(대출금리)을 낮추고 정보기술(IT)을 활용해 편의성을 극적으로 높인 점이 주효한 것이다.

시중은행 직원 김모 씨(31)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놀랄 정도로 금리가 싸서 일단 마이너스통장부터 뚫어 놨다. 기업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적용한 것보다 대출금리가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에 가입하면 일반 시중은행(4∼6%)보다 훨씬 낮은 연 2.86%의 금리에 1억5000만 원까지 마이너스통장을 운용할 수 있다.

간편한 가입 절차와 빠른 서비스도 관심을 모았다.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은 ‘발목에 모래주머니 차는 것’처럼 번거로웠던 공인인증서와 보안매체를 없애 10분이면 가입부터 계좌 개설까지 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흥행에 큰 기여를 한 것은 무엇보다도 카카오톡을 이용한 송금 서비스다.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송금액을 누르고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서 보낼 대상을 고른 뒤 비밀번호만 누르면 송금이 끝난다. 직장인 황모 씨(38)는 “귀여운 이모티콘을 준대서 가입했는데 이 캐릭터가 그려진 체크카드도 보여 신청했다. 캐릭터나 카카오톡과 연계한 서비스들이 재밌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을 이용할 때 주된 불만 사항이었던 높은 수수료도 인터넷은행은 아예 받지 않거나 조건 없이 대폭 깎아주고 있다. 대학생 승현주 씨(25·여)는 “학생은 월급통장이 없어 수수료 혜택을 받기 어려웠는데 카카오뱅크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해 바로 가입하고 잔액을 옮겼다”고 말했다.

○ 꼼짝 않던 시중은행들도 속속 서비스 개선

이처럼 카카오뱅크가 은행권의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시중은행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재빠르게 해외송금 수수료를 내리거나 모바일 신용대출 한도를 늘리는 등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었다. 규제 완화를 통해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플레이어로 자리 잡은 인터넷은행이 실제 기존 은행들의 서비스까지 바꿔 놓고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비대면 채널에서 3000달러 이하 해외 송금 수수료를 1만500∼1만5500원에서 2500∼5000원으로 인하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간 시중은행들은 해외 송금 때 은행 간 국제결제 시스템인 ‘스위프트(SWIFT)’를 써 수수료가 비싸고 3∼5일이 걸렸다”며 “최근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자극을 받아 해외 통신사와 제휴하는 등 더 싸고 빠르게 송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대출 서비스도 편리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소득 증명 없이 비대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소액 모바일 대출 서비스 ‘KB리브 간편대출’을 내놨다. 이와 함께 시중은행들은 모바일 직장인 대출한도를 3000만∼5000만 원에서 1억 원 이상으로 올렸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추가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 지분이 10% 이내(의결권은 4% 이내)로 제한돼 있어 다른 나라들과 달리 IT업체들이 인터넷은행의 경영에 주도권을 쥐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지방은행에도 은산분리를 완화해 적용하듯이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도 이 규제를 유연하게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모 mo@donga.com·강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