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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도 버거운 여자농구, 월드컵 ‘깜깜’

입력 | 2017-07-31 05:45:00

사진제공|FIBA


아시안컵 4위…가까스로 월드컵 진출
선수·돈 부족…시스템 개혁만이 살길


한국여자농구대표팀이 23일부터 29일까지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 아시안컵 2017’에서 4위에 올랐다. 서동철(49)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농구대표팀은 박혜진(27·우리은행), 강아정(28·KB스타즈) 등 주축선수들이 부상을 당한 가운데에서도 대회 4위를 차지해 2018년 스페인에서 열리는 농구 월드컵 출전 자격을 얻었다.

사진제공|FIBA


● 이제는 일본, 중국도 버겁다

농구 월드컵 진출에 마냥 만족만 할 일은 아니다. 이번 대회는 기존 오세아니아 그룹의 호주와 뉴질랜드가 아시아 그룹으로 편입되어 치른 첫 대회였다. 아시아 여자 농구는 한국, 중국, 일본이 3강을 형성하는 구도였지만 호주, 뉴질랜드의 가세로 판도에 변화가 생겼다. 이번에는 농구월드컵 진출에 성공했지만 차기 대회와 올림픽 출전의 길은 더 험난해질 전망이다. 한국은 이번에 호주와 2번 대결해 평균 20.5점차의 대패를 당했다. 전력차이를 고려한다면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문제는 같은 아시아권 일본, 중국과의 격차도 갈수록 벌어진다는 점이다. 24일 일본과의 B조 조별예선에서 56-70으로 패했다. 중국과의 3∼4위전(29 일)에서도 51-75로 대패했다. 대대적인 투자와 성공적인 세대교체에 성공한 일본, 중국은 어느새 호주 못지않게 넘기 어려운 상대가 됐다. 지금의 상황에서 큰 변화가 없다면 한국여자 농구에게 영광의 시간은 2014 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마지막 추억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제공|FIBA


● 저비용고효율 시스템 정착 절실

일본, 중국 농구의 성장세는 국가의 전폭적인 지지와 과감한 투자로 이뤄진 것이다. 국내 사정 상 일본, 중국의 행보를 마냥 따라갈 수는 없다. ‘2개월 단기 전임감독’ 선임에서 볼 수 있듯이 대한농구협회는 돈이 없다.

대표팀 선수단 절반에게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을 준다고 해서 욕을 먹은 여자배구가 여자농구대표팀에게는 부러울 따름이다. 여자농구대표팀은 그런 혜택도 없어 일부 선수가 자비를 들여 좌석을 업그레이드 했다.

당장 대한농구협회가 풍족해질 수는 없다. 한국여자농구 수준을 한순간에 높여줄 지도자가 하루아침에 나올 수도 없다. 농구선수를 하고자하는 선수 자원조차 부족한 가운데 갑자기 한국여자농구 미래를 바꿀만한 이들이 무더기로 쏟아질 일도 없다. 비용과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대표팀을 운영하고 얼마 되지 않는 농구 유망주들의 실력을 향상 시킬 훈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만이 살길이다.

현재 운영체제에 변화가 없다면 모처럼 등장한 ‘국보급센터’ 박지수(19·KB스타즈)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이 30대 중반이 되도록 대표팀에 매달리면서 해마다 ‘세대교체’를 운운하는 똑같은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주야장천 나라에 대한 사명감과 국가대표 자부심만 강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효율성을 높이는 변화를 모색할 시점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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