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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내 책임”… ‘비정규직’ 아쉬움 토로하고 떠난 이기권

입력 | 2017-07-25 03:00:00

3년8일 최장수 고용장관 퇴임… “노사, 서로 양보할것 먼저 내놔야”




한국 노동시장의 주요 당면 과제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올인(다걸기)’해온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이 24일 노사 모두의 ‘양보’를 당부하며 36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이 장관은 고용부 역사상 최장 재임 기록(3년 8일)을 갖게 됐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장관인 제가 더 설득하고 더 이해를 구하며 더 집요하게 추진했어야 했다. 모두 저의 책임”이라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어 이 장관은 노사 모두에 ‘양보’를 당부했다. 그는 “노사 단체가 선진국 제도 중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도입하자는 주장에서 벗어나 각자가 양보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른바 ‘비정규직 보호법’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처음 이 법안을 마련해 시행한 노무현 정부 때 이 장관은 노동부 공보관으로 대(對)국민 홍보에 앞장섰다. 2009년 근로기준국장 시절에는 ‘100만 명이 일시에 해고될 수 있다’며 비정규직 고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야당과 노동계는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며 거세게 반대해 결국 이 법안은 좌초됐다. 그도 서울지방노동위원장으로 좌천됐다.


하지만 2010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고용부의 한 간부는 “노사관계 선진화를 추진한 이명박 정부로서는 이 장관의 전문성이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듬해 차관을 거쳐 다시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으로 물러났지만 노동개혁을 추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장관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결국 이 장관은 2015년 9월 15일 17년 만에 노동개혁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때도 이 장관은 국장 시절 못다 이룬 꿈인 비정규직 기간 연장 법안을 다시 추진하면서 역풍을 맞았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등 이른바 ‘2대 지침’도 강행했다. 이에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노사정 대타협마저 파기했다. 그 와중에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노동개혁 입법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 장관은 사석에서 “언젠가는 모두 내 뜻을 알아줄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노사 간 갈등과 대립 속에서 자신의 뜻이 왜곡된 데 대한 아쉬움을 에둘러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 장관은 자신이 못다 이룬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라는 꿈을 김영주 장관 후보자에게 넘기고 청사를 떠났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