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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미국 포퓰리스트들은 왜 트럼프를 지지했나

입력 | 2017-07-22 03:00:00

◇포퓰리즘의 세계화/존 주디스 지음·오공훈 옮김/284쪽·1만5000원·메디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경제 침체 속에서 포퓰리스트들이 대중의 지지를 어떻게 얻어냈는지 살펴본 책이다.

사실 포퓰리즘은 우리말로 번역하기가 꽤 애매하다. 해제를 쓴 서병훈 숭실대 교수의 말마따나 부정적 측면을 드러내는 ‘대중영합주의’나 사회적 약자들의 참여 확대라는 현상을 강조하는 ‘민중주의’ 모두 마뜩잖다. 책은 단어 정의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포퓰리스트로 불리는 사람, 운동, 정당을 배타적으로 정의할 만한 일련의 특성은 없다.” 정치적 성향에서도 포퓰리즘은 좌우와 중도를 막론한다.

책은 인민당(1890년대 만들어진 미국 정당)에서 조지 월리스(우익 포퓰리스트 정치인)까지 미국 포퓰리즘의 논리를 살핀다. 또 지난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침묵하는 다수’와 민주당 경선에서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며 버니 샌더스 후보를 지지한 이들의 심리를 분석한다. 사실 샌더스도 무역협정과 해외투자에 관해 트럼프와 의견이 일치했다. “무역협정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됐다”는 샌더스 역시 포퓰리즘의 테두리 안에 있다고 저자는 본다.

유럽 좌·우익 성향 포퓰리즘도 이 책은 분석했다.

미국의 정치 분야 저술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포퓰리즘의 득세를 ‘조기 경보’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익 포퓰리스트들이 이슬람교를 극단주의 종교로 보거나 공개적 탄압을 옹호하는 건 분명 잘못됐다. 그러나 적어도 이들은 최하층 이민자 공동체와 관련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고심하고 있다. 실제로도 최하층 이민자 공동체는 복지국가에 필요한 대중의 신뢰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곱씹을 만한 얘기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