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자국민 여행을 금지하는 조치를 확정했다고 A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1년 반 동안 북한에 억류돼 있다가 식물인간 상태로 귀환했다가 지난달 사망한 데 따른 직접적 조치다.
익명의 미 관리들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에 대한 ‘지리적 여행금지’ 조치를 도입하기로 했다”면서 “이는 미국 여권을 갖고 북한에 들어가는 것을 불법화하는 방안”이라고 AP에 설명했다. 이들은 이 조치가 관보 게재 후 30일 후에 발효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관보 게재 시점은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영국 BBC 방송은 북한 여행객을 모집하는 중국 여행사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와 ‘고려여행’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에 대한 여행금지 명령이 27일 공식 발표될 예정이라고 가장 먼저 보도했다.
미국인 북한 여행금지 조치가 공식적으로 확정, 발표되면 이는 웜비어 사망 사건에 대한 미 정부의 단순한 보복 대응을 넘어 대북압박을 전방위로 강화하는 의미도 있어 주목된다.
특히 미국 국적의 관광객 방문 금지 외에도 기독교계가 평양에서 운영하는 평양과학기술대학 등 다른 분야에서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평양과기대엔 미국 국적의 교수진이 파견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이들이 철수할 경우 이 대학은 ‘제2의 개성공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기관의 미국 국적 종사자의 방문도 금지될 수 있다. 이밖에 주기적으로 평양을 방문해 여행기를 SNS 등에 올리는 신은미 씨 등 재미교포들의 방북도 전면 중단될 예정이다.
미 조야에서는 현재 외국인의 북한 여행이 결국 핵과 미사일 도발을 일삼고 인권을 유린하는 김정은 정권의 돈주머니만 불려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그동안 정기적으로 북한에 대한 여행 경보에 발령해왔으나 웜비어 사망 사건을 계기로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