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어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사업자단체가 스스로 자신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겠다면서도 “사업자단체가 자율기구 역할을 하지 못하면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 겪은 불행한 사태가 반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정부의 정책적 개입 의지를 드러냈다.
최고경영자(CEO) 대상의 조찬 간담회에서 나온 김 위원장의 발언은 “재벌개혁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재차 각인시키려는 메시지로 들린다. 대한상의가 회원사들의 경제력 집중 해소를 독려하지 않을 경우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에 연루돼 해체 위기에 내몰린 전경련처럼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회원사가 더 많은 법정 경제단체인 대한상의에 대해 ‘불행한 사태’ 운운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기업들에 ‘알아서 하라’고 지침을 주는 인상이 짙다.
김 위원장은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공판에 증인으로 나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각 이사회가 결정한 사안이 아닌 미래전략실에서 추진한 것”이라며 “증거를 댈 수 없지만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발언했다. 공정위원장인 그가 민간 기업 총수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증거도 댈 수 없는 증언’을 한 것이 올바른 처신인지 논란이 있다. 심지어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대기업들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수시로 제공받았는데 삼성은 대화 채널이 없어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밝혔다. 재계에 ‘진작 잘했어야 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