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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靑 ‘문건’으로 박근혜-이재용 재판 여론전 말라

입력 | 2017-07-17 00:00:00


청와대는 14일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검토’ 메모 등을 전격 공개했다. 모두 300여 건의 자료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고 사본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넘겼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3일 민정비서관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 한 캐비닛에서 발견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삼성 관련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견 이 메모는 박 전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을 통해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준 중요한 물적 증거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형사재판의 증거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 메모는 결함이 많다. 메모를 누가 작성했는지, 어떤 경위로 작성했는지 알기 어렵다. 청와대 발표대로 민정수석실 내 누군가가 작성한 것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적은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전에 작성자의 생각을 정리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작성자의 생각을 정리한 것이라면 실제 대통령에게까지 보고가 됐는지, 보고가 됐다 하더라도 그대로 실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인지도 알 도리가 없다. 법조계에서는 이 메모는 그 자체로는 증거능력도 증명력도 없다는 견해가 다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심 기일을 다음 달 2일로 예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예정대로 결심이 이뤄진다면 시간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1심 구속시한 만료는 다음 달 27일이다. 재판부가 계획을 바꿔 구속시한 만료를 고려하지 않고 선고한다면 모르되 구속시한을 고려한다면 검찰이 시한 전까지 수사를 통해 메모의 작성자나 작성 경위를 밝혀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는 발견된 자료를 조용히 검찰에 넘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방송 생중계까지 요청하면서 자료를 공개한 것은 부정적 여론을 형성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뇌물죄 재판에 압력을 가하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

이 부회장의 1차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영장전담판사는 극심한 인격모독적인 신상털기와 비난에 시달렸다. 이 부회장 뇌물죄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가 받게 될 압력은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재판부는 여론재판이라는 오명(汚名)을 듣지 않도록 오직 법률과 양심에 따라 증거에 의해서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도 국정의 최고기관답게 재판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론전을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