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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배구조 문제점 지적한 김상조, “모두가 아는 팩트” 근거는 제시 안해

입력 | 2017-07-15 03:00:00

이재용 공판 증인 출석
변호인단과 합병공방 이어지자… 재판부 “이미 조사 끝나” 제지
재계 “공정위장 직접 증언 부적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질문 취지 파악하고 잘 모르는 우리가 쉽게 이해하도록 해주면 감사하겠다.”

1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등의 공판에서 재판장은 증인으로 참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55)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의 신문에 김 위원장의 답변이 길어지면서 ‘난상토론’이 되자 재판장이 나선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과 변호인단 간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주식 가치 평가 문제를 놓고 공방이 이어지자 다시 재판장이 “이미 조사가 끝난 것을 염두에 둬 달라. 지금 논쟁을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제지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재판 전 기자들과 만나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의 증언에 따른 부담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시민이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 증인으로 참석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와 법조계에선 대기업에 확실한 ‘갑’인 현직 공정거래위원장이 특정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법정에서 증언을 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법정엔 박영수 특별검사(65)가 직접 나왔다. 현직 장관급인 김 위원장에 대한 예우를 고려한 것이다. 박 특검이 이 부회장 재판에 나온 것은 4월 7일 첫 재판 이후 두 번째다. 하지만 박 특검이 김 위원장을 상대로 증인 신문을 하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의 증언은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사실보다는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데 집중됐다. 이미 폐지된 삼성 미래전략실에 대해 김 위원장은 “미래전략실에서 하는 것에 대해 증거를 대라면 댈 수가 없다”며 “(삼성 비자금을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도 제시 못 했고 특검도 못 했지만 이건 국민 모두가 아는 팩트”라는 식이었다. 이에 재판장은 “(증거를 대는 것이) 어려운 일이고 그 어려운 부분을 재판하고 있는 것”이라며 “증인이 직접 경험한 것 중에 알고 있는 근거를 말해 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뾰족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또 특검 측은 김 위원장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요구하고 이 부회장이 이를 들어줬기 때문에 이 부회장은 자신에게 박 전 대통령이 빚을 졌다는 생각에 마음 놓고 승계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김 위원장은 “그 부분에 대해 제 개인적 의견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 증언에 대한 특검과 삼성 측 판단은 확연히 갈렸다. 특검 측은 “김 위원장의 증언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는 주장이 허구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 측은 “김 위원장의 증언은 직접 경험한 내용이 없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모르면서 한 추측과 단정으로 증거 가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