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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原電공사 중단 기습의결로 본 한국 ‘소통 不在’

입력 | 2017-07-15 00:00:00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어제 아침 경북 경주시의 한 호텔 지하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 중단을 전격 의결했다. 전날 한수원 본사에서 예정됐던 이사회가 노조와 주민 반발로 무산되자 ‘호텔 이사회’를 통해 찬성 12 대 반대 1로 기습 처리한 것이다. 5, 6월 신한울 3, 4호기 설계와 천지 1, 2호기 환경영향평가에 이어 신고리 원전 공사마저 중단됨에 따라 국내 신원전 건설은 사실상 올 스톱됐다.

이번 결정은 원전 공사를 멈춘 뒤 공론화위원회와 시민배심원단에서 3개월 동안 논의해 최종 결정하라는 지난달 국무회의 결정에 따라 내려졌다. 법적으로 원전 공사 중단은 독립적인 규제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권한이지만 무시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무회의 공문을 그대로 한수원에 넘기자 지난 정부에서 선임된 이관섭 사장 등 한수원 이사 12명이 환경주의자로 돌변한 듯이 공사 중단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작년만 해도 “원전이 신기후체제의 대안”이라고 강조했던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이 모든 과정에서 침묵으로 일관했다.

국가적 사업인 원전을 운영하는 공기업의 이사회가 의결을 당당하지 못하게 처리한 것은 소통과 탈(脫)권위를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의 민낯을 드러낸다. 대통령 한마디에 공기업 이사회까지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권위주의적 구태다. 공사 중단에 따른 금전 피해만 1000억 원이 넘고 1만2000여 명의 공사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탈원전 대선 공약을 강행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그룹을 동원해 향후 전력 수요를 무리하게 낮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는데 공론화 절차가 제대로 진행될지도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80% 이상이라고 해도 원전 건설 중단에 대한 찬반 여론은 41%와 37%로 갈라진다. 국민은 원전 문제를 정권 지지와 연계할 수 없는 백년대계라고 본다는 의미다. 정부는 전문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기 바란다. 공론 과정이 당당하고 투명하지 못하다면 시민배심원단의 최종 결정은 사회적 합의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