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면세점 선정때 관세청이 점수 조작… 롯데 2차례 탈락

입력 | 2017-07-12 03:00:00

감사원, 천홍욱 관세청장 檢 고발




“롯데에 교훈을 남겨야 한다.”

관세청 과장이자 면세 특허 심사위원인 R 씨는 심사위원들의 이 같은 말을 들었다. 2015년 11월, 특허가 완료될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몫의 특허권을 누구에게 줘야 할지를 정하는 자리였다. 이른바 2차 면세점 대전 때다. 심사 대상은 월드타워점을 수성(守成)하려는 롯데, 도전자인 두산과 SK네트웍스였다.

심사 직전 관세청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공문을 낭독했다. ‘시내면세점 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심화되고 있으므로 실질적인 경쟁이 일어날 수 있도록 신규 특허사업자 선정 시 고려해 달라.’ 심사위원들은 술렁였다. 2014년 기준 시장 점유율 60.5%였던 롯데를 사실상 떨어뜨리라는 말로 해석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교훈’ 발언까지 나온 것이다.

R 씨는 분위기를 보고 두산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기로 했다. 883점을 줬다. R 씨가 직전 심사(롯데 소공점 특허 몫)에서 두산의 동일한 사업계획서에 대해 줬던 점수(643점)보다 240점 높아졌다. 결국 두산이 롯데를 제치고 특허권을 따냈다.

감사원이 11일 발표한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 실태’는 충격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1, 2차 면세점 심사 시 정당하게 평가했다면 선정 사업자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사소한 잘못이 아니라 사업권의 향방 자체가 엇갈렸다는 뜻이다.

감사원은 또 “관세청은 공정위 공문의 내용을 특허 심사의 평가요소로 반영하려면 먼저 특허 심사평가표에 평가기준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관세청이 공정위의 공문을 읽은 것도 청와대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였다. 2015년 8월경 관세청은 면세점 독과점 대기업에 대해 단기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대통령 우려를 전달받았다.

심사위원 점수에 앞선 계량적 평가에도 롯데는 부당한 평가를 받았다. 정당하게 평가됐다면 롯데가 38.5점 차로 선정됐겠지만 실제로는 두산이 104.5점이나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이 월드타워점의 사업권을 ‘부활’시키기 위해 최순실 씨(61·구속기소) 측근 회사인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추가 지원했다 돌려받은 것은 현재 재판 중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 혐의와 관련해 불구속 기소됐다.

감사원 조사 결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다시 면세 특허권을 얻은 3차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실제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 관세청의 기초자료 왜곡 사실도 적발됐다. 지난해 추가로 발급 가능한 특허 수는 최대 1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4곳을 요청한 기재부 방침에 따라 매장당 외국인 구매고객 수나 점포당 매장 면적을 산출할 때 수치를 조절해 끼워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에게 신규 발급을 지시하고 기재부가 이어받아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롯데 측은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한 것은 지난해 3월로 정부가 신규 면세 특허를 발급하겠다고 결정한 후다. 로비 및 뇌물과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1차 신규 면세점 선정에서는 한화가 잘못된 평가로 유리한 점수를 받았다. 관세청은 2015년 7월 10일 1차 선정 당시 한화에 대해 매장 면적이 부풀려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뒀다. 매장 면적에는 매장으로 이용할 수 없는 화장실, 에스컬레이터 등은 빼야 한다. 매장 면적이 클수록 점수가 높다. 한화는 이를 포함해 실제보다 240점을 더 받았다. 경쟁 관계였던 롯데가 190점을 적게 받아 탈락했다.

감사원은 “(선정된 업체에) 점수를 특별히 많이 준 이유에 대해 관세청 실무자들은 ‘감사과정에서의 실수였다’고 주장했다”며 “특정 항목을 고의적으로 삭제하고 점수를 부당하게 부여한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사유에 대해선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련 사유 등은 향후 검찰이 수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원은 2015년 두 차례 선정과 관련해 관세청 직원 10명에 대해 해임 등 징계를 요구했다. 총괄책임자인 김낙회 전 청장에 대해 인사혁신처에 인사자료로 통보하도록 조치했다. 또 사업계획서를 반환하고 파기한 혐의(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으로 천홍욱 관세청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