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천홍욱 관세청장 檢 고발
관세청 과장이자 면세 특허 심사위원인 R 씨는 심사위원들의 이 같은 말을 들었다. 2015년 11월, 특허가 완료될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몫의 특허권을 누구에게 줘야 할지를 정하는 자리였다. 이른바 2차 면세점 대전 때다. 심사 대상은 월드타워점을 수성(守成)하려는 롯데, 도전자인 두산과 SK네트웍스였다.
심사 직전 관세청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공문을 낭독했다. ‘시내면세점 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심화되고 있으므로 실질적인 경쟁이 일어날 수 있도록 신규 특허사업자 선정 시 고려해 달라.’ 심사위원들은 술렁였다. 2014년 기준 시장 점유율 60.5%였던 롯데를 사실상 떨어뜨리라는 말로 해석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교훈’ 발언까지 나온 것이다.
감사원은 또 “관세청은 공정위 공문의 내용을 특허 심사의 평가요소로 반영하려면 먼저 특허 심사평가표에 평가기준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관세청이 공정위의 공문을 읽은 것도 청와대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였다. 2015년 8월경 관세청은 면세점 독과점 대기업에 대해 단기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대통령 우려를 전달받았다.
심사위원 점수에 앞선 계량적 평가에도 롯데는 부당한 평가를 받았다. 정당하게 평가됐다면 롯데가 38.5점 차로 선정됐겠지만 실제로는 두산이 104.5점이나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이 월드타워점의 사업권을 ‘부활’시키기 위해 최순실 씨(61·구속기소) 측근 회사인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추가 지원했다 돌려받은 것은 현재 재판 중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 혐의와 관련해 불구속 기소됐다.
1차 신규 면세점 선정에서는 한화가 잘못된 평가로 유리한 점수를 받았다. 관세청은 2015년 7월 10일 1차 선정 당시 한화에 대해 매장 면적이 부풀려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뒀다. 매장 면적에는 매장으로 이용할 수 없는 화장실, 에스컬레이터 등은 빼야 한다. 매장 면적이 클수록 점수가 높다. 한화는 이를 포함해 실제보다 240점을 더 받았다. 경쟁 관계였던 롯데가 190점을 적게 받아 탈락했다.
감사원은 “(선정된 업체에) 점수를 특별히 많이 준 이유에 대해 관세청 실무자들은 ‘감사과정에서의 실수였다’고 주장했다”며 “특정 항목을 고의적으로 삭제하고 점수를 부당하게 부여한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사유에 대해선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련 사유 등은 향후 검찰이 수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원은 2015년 두 차례 선정과 관련해 관세청 직원 10명에 대해 해임 등 징계를 요구했다. 총괄책임자인 김낙회 전 청장에 대해 인사혁신처에 인사자료로 통보하도록 조치했다. 또 사업계획서를 반환하고 파기한 혐의(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으로 천홍욱 관세청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