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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남중국해 무력시위… 中, 같은날 日영해 침범

입력 | 2017-07-04 03:00:00

4월 정상회담 후 3개월만에 관계 다시 냉각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함과 전투기가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북핵과 대만 문제에서 잇따라 드러난 미중 갈등의 전선이 남중국해로 확대된 양상이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회 공조’를 강화하는 등 한층 가까워진 밀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중 갈등’과 ‘중-러 협력’이 한반도에 미칠 파장을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에 따르면 미 해군의 유도미사일 구축함 ‘스테덤’이 2일 미중 간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시사(西沙)군도 트리턴섬 주변 12해리(약 22km·영해선) 안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했다. 이 작전은 미 해군이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인근으로 군함을 보내 중국의 해상주권 주장을 무력화시키는 시위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때 지속돼 온 이 작전은 올해 2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에는 5월에만 한 차례 이뤄졌다.

미국은 최근 중국의 북핵 해결 노력이 부족하다며 실망을 표했다. 이어 중국을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지정하더니, 중국 단둥은행까지 제재했다. 또 대만에 무기 판매를 승인했고 이번에는 남중국해 문제까지 건드렸다.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는 중국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주장하는 ‘핵심 이익’ 사안이다. 미국이 분쟁을 불사하면서 핵심 이익을 건드린 것은 북핵 관련 대중(對中) 압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즉각 2일 오후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입장을 발표했다. “중국 법과 국제법을 위반하고 중국 주권을 심각하게 침범한 엄중한 정치적 군사적 도발”이라며 “즉각 군함과 전투기를 급파해 미 해군에 경고하고 구축함을 쫓아냈다”는 내용이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미국이 북핵 문제를 관계가 먼 남중국해 문제와 연결해 중국과 흥정을 벌이고 있다”며 “(미국은) 빈손으로 꺼져 버려라”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중국 해군 함정이 일본 북단의 영해를 한때 침입했다. 이날 오전 중국 해군 정보수집함이 동해에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와 아오모리(靑森)현 사이 쓰가루(津輕)해협으로 들어와 태평양 쪽으로 빠져나갔다. 일본 영해에 머문 시간은 1시간 30분이나 됐다. 일본이 어떤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지만, 중일 사이에 군사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반면 중-러는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7,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3, 4일 러시아를 국빈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양국 정상은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러시아가 추진 중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연계하는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EEU는 유럽연합(EU)에 대응해 2025년까지 옛 소련 국가들의 단일시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양국 정상은 또 2020년까지 중-러 무역 규모를 2000억 달러까지 늘리는 공동성명도 발표한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전했다. 특히 시 주석이 2일 러시아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사드 문제에서 중-러가 긴밀한 접촉과 공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점이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 집권 초 트럼프-푸틴의 미-러 ‘브로맨스’가 회자될 정도였고 중국은 미국이 러시아와 연합해 중국을 제압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4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에는 ‘미중 허니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중관계가 가까워졌다. 이런 구도가 불과 3개월 만에 한반도, 아시아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미러 소원―중러 밀월’로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워싱턴=이승헌 / 도쿄=서영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