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을 준비하면서 여러 권의 책을 읽었다. 그 책들이 한결같이 조언해준 내용이 있었다. 절대 첫 귀촌지에서 땅을 사거나 덜컥 집을 구하지 말라는 점이었다. 그러면 어디서 살아야 할까. 검색을 해보니 지역마다 귀농인의 집이란 것이 있었다. 귀농인의 집은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귀농·귀촌을 결심하거나 집을 구하기 전까지 임시로 머물 수 있게 국가에서 지원하여 운영한다. 일반 게스트하우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원룸처럼 독립된 화장실과 작은 주방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임시로 거처를 정했던 곳은 충남 홍성에 있는 한 농가에 딸린 4평 남짓한 컨테이너 원룸형 숙소였다. 지대가 높아서 아침이면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보이고, 저녁에는 아름다운 일몰이 환상적이었다. 9월부터 생활했으니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평화로운 하루를 마치고 자리에 누우면 ‘나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거야’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돈도 많이 들지 않았다. 귀농인의 집은 보증금 없이 월 15만 원 정도였고, 식사는 신선한 지역농산물을 파는 하나로마트 로컬푸드에서 장을 봐 직접 해먹었다. 가끔 주인아저씨께서 농산물을 조금씩 나눠 주시기도 했다. 도시에서는 매달 200만 원씩 나오던 카드 비용이 나오지 않으니 마음의 부담이 적었다.
물이 얼어버린 귀농인 임시공간에서 살아남는 일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주인아저씨의 도움으로 혹한기 상수도 녹이는 열선을 이용해서 상하수도를 녹여 사용할 수 있었고, 전기로만 식사와 난방을 해결했더니 전기료가 30만 원 가까이 나왔다.
그해 겨울, 시골 생활의 첫 번째 교훈을 얻었다. 도시가스는 도시에만 있는 것이고, 관리비를 내지 않는 대신 모든 집 관리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점. 준비가 부족한 첫해 겨울은 정말 난민이 따로 없었다. 나도 준비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열심히 알아보고 귀촌했다.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했다. 그러나 역시 이론과 현실은 달랐다.
―서혜림
※필자(38)는 인천에서 생활하다 2015년 충남 홍성으로 옮겨 청년들의 미디어협동조합 로컬스토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