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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람(김정은)과 대화? 햄버거 함께 먹겠다는 트럼프가 더 전향적”

입력 | 2017-06-21 03:00:00

[한미 이상기류]문재인 대통령, 美 CBS방송 인터뷰
“北은 비이성적-비합리적 정권… 그래도 핵문제 풀려면 대화해야
핵-미사일 동결→ 완전한 핵폐기… 단계적 북핵해법 美서도 거론”

미국의 대북선제타격 질문엔 “위협 더 시급해진 이후에 논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미국 CBS 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을 인터뷰한 노라 오도널 앵커(왼쪽)는 어린 시절 주한미군인 부친을 따라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거주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청와대 제공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조사 지시,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의 돌출 발언,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사건 등 한미 관계에 먹구름이 가득한 상황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대북 구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르지 않은 점을 강조하면서도 남북 대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가장 바라는 것은 정권의 안전 보장”이라며 “김정은이 계속 핵무기로 블러핑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오히려 그가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미친 사람(Mad man)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느냐. 왜 그런 사람과 대화를 하려느냐’는 물음에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저보다 더 (전향적으로) 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핵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대화”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가) 북한에 굴복하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대화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저는 아무런 전제 조건 없는 그런 대화를 말한 적이 없다”면서 “우선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동결시키게 만들고, 2단계로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이루어야 한다는 단계적인 접근 방법의 필요성은 미국 내에서도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도발 중단→대화→핵 동결→핵 폐기’라는 단계적 접근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이어 ‘햇볕정책’만을 추진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웜비어 사망 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기본적으로 북한에서 억류하고 있는 기간에 발생한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이 아주 비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나라라는 사실에 대해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확고한 한미 공조에도 방점을 뒀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정부의 (대북 정책) 실패에 대해 비판하고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저도 그에 대해 트럼프와 똑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의 대북 엇박자는 없다는 사인을 보낸 셈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에 평화적인 정권 수립, 동북아 평화와 안정이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추구할 수 있다면 우리가 임기 중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를 진행한 노라 오도널 미국 CBS 방송국 앵커는 인터뷰 말미에 “한미 연합훈련 축소 문제가 ‘한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아니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문정인 특보는 “북한이 핵, 미사일 활동을 중단한다면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 전개를 축소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날 인터뷰는 1, 2부로 나눠 각각 5분과 7분 분량으로 방영됐다. 3, 4부는 21일 추가 방송될 예정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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