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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연전연패 롯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입력 | 2017-06-20 05:30:00

롯데는 5월31일 이후 17경기에서 최근 6연패 포함 4승13패를 당했고, 이 기간에 실점(146점)이 득점(73점)보다 정확히 2배나 많았다. 이조차도 롯데의 비상시국을 설명하기엔 부족한 자료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가 왜 떨어지느냐고 원인을 묻다가 한 야구인에게 무안(?)을 당했다. “일어날 일이 일어났는데 뭐가 이상한가?” 온라인상에서는 “이 팀은 김성근 감독을 데려와야 된다”라는 ‘조롱’까지 등장하고 있다.

5월31일 이후 롯데는 17경기에서 4승13패다. 이 기간 실점은 146점이다. 득점은 딱 절반인 73점이었다. 이 기간 4경기 연속 10실점을 포함해 8경기에서 10점 이상을 내줬다. 19일까지 이대호(타율 0.266)는 6월에 2루타와 홈런이 1개도 없다. 볼넷은 1개고, 삼진은 11개다. 강민호는 6월 타율이 0.231이다. 10타점을 올렸는데 이 중 9타점이 홈런으로 올린 것이다. 마무리 손승락은 6월 4경기 5이닝 투구가 전부였다. 레일리와 애디튼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는 10개구단 외국인투수 중 꼴찌다. 투수들의 WHIP(이닝당 출루허용)와 타자들의 출루율은 최하위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야구를 하고 있다.

롯데 이대호-레일리-애디튼(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담당기자로서 여기저기 롯데의 문제를 많이 묻고 들었다. 가장 묵직한 얘기는 “롯데는 도대체 무슨 야구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지적이었다. 5강에 목적을 두는 윈나우인지, 장기적 육성에 주력하는 리빌딩인지 노선이 어정쩡하다. 둘 사이의 절충을 밟는 듯한 행보 속에서 방향성과 개성은 실종됐다.

바깥에서 볼 때, 2014년 겨울 ‘CCTV 사태’ 이후 롯데 프런트의 기본 틀은 감독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구조에 가깝다. 그렇다고 ‘사활을 걸고 돕느냐’는 아닌 것 같다. 차일피일 늘어지는 대체 외국인투수 영입 작업만 봐도 비상식적이다. ‘잘만 뽑으면 후반기에 와도 괜찮다’는 식의 얘기가 나오는 것만 봐도 현실인식의 안일함을 짐작할 수 있다.

롯데 프런트의 공식적 수장은 김창락 대표이사와 이윤원 단장이다. 그러나 최종 결재를 내리는 포지션과 그랜드 디자인을 짜는 브레인이 반드시 일치할 순 없다. 롯데를 향한 허탈감과 분노의 핵심은 이런 중대결정을 내리는 프런트의 실체가 어딘지조차 가려져 있는 현실이다. 결정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사실은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이러니까 자꾸 이 단장이 인(人)의 장막에 둘러싸여 듣기 좋은 말만 듣는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지난 16일 경기에서 투수와 4번타자 역할을 맡아야 했던 노경은.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잠정적 결론인데, 이 팀이 어디로 가는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설명해줄 사람은 롯데 안에 아무도 없거나 철저히 숨어있다. ‘오더참사’와 6연패로 조원우 감독의 현장 장악력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롯데는 아예 리더십 진공상태에 빠져들었다. 이제 선수들이 갑자기 잘하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고작 이런 팀을 만들려고 롯데그룹이 매년 수백억 뭉칫돈을 지원하는 것은 아닐 터다. 17일 넥센전 때 롯데가 시청률 꼴찌를 했다고 한다. 팬들마저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방치한 롯데 프런트는 야구단의 존재 이유를 성찰하기나 할까.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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