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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전쟁 바로 투입할 戰士 키워라”

입력 | 2017-06-15 03:00:00

무협 ‘무역아카데미’의 현장 교육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가 개설한 패션의류·섬유 무역전문가 과정 학생들이 김정규 숭실대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겸임교수에게 의류 소재 특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미국에서 제일 유명한 청바지 회사가 어디죠? 바로 그 회사에서 페트병 소재를 섞어서 청바지를 만든 적이 있어요.”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무역전시장 4층. 한국무역협회가 운영하는 무역아카데미의 한 강의실에서는 원단의 기본인 섬유 원료와 실에 대한 강의가 한창이었다. 수강생들의 책상 위에는 자그마한 섬유 원단 샘플이 올려져 있었다. 리넨 소재처럼 거친 느낌을 구현한 합성섬유 원단이다.

강단에 선 김정규 숭실대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겸임교수(62)는 강의를 쉽게 끌고 가며 수강생의 흥미를 북돋았다. 섬유의 화학적 구성 등을 논하는 대신 김 교수는 “여러분은 바로 ‘전쟁’에 나가야 하니까 공학적인 내용은 나에게 맡겨두고 페트병을 잘게 부숴서 다른 섬유와 섞기도 한다는 것만 기억해 달라”고 했다.

12일 개강한 이 ‘패션의류·섬유 무역전문가’ 과정은 50명이 수강하고 있다. 섬유와 패션 수출입 업계 취업을 목표로 6개월 동안 60%의 직무교육과 40%의 외국어교육을 진행한다. 교육 일정은 만만하지 않다. 주 5일 내내 오전 8시 반, 그리고 오후 8시에 출석을 체크한다.

학생들의 수업 태도는 열정적이다. 6개월 동안 내는 수업료 250만 원 때문만은 아니다. 100%에 가까운 취업률 때문이다. 김 교수가 “바로 전쟁에 나간다”고 얘기한 것처럼 기업이 원하는 능력을 집중적으로 길러서 현장으로 내보는 것이 그 비결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상황. 무역협회는 이런 취업연계 교육과정 5개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대학 졸업생인 청년 500명가량을 매년 교육하면서 95% 이상의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1999년 시작한 무역마스터 과정은 배출 인력 3400명의 96.7%가 취업한 ‘명품’ 과정이다. 2001년 만들어진 스마트 클라우드 마스터 과정도 정보통신 분야 해외 취업 등으로 1600명을 취업시켰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패션의류·섬유 무역전문가 과정과, 자동차부품 수출전문가 과정, 전자무역물류 마스터 과정이 신설됐다. 지난해 무역마스터 과정을 거쳐서 중견기업인 한솔섬유 무역관리부 수출팀에서 일하고 있는 전호영 씨(26)는 “실제 무역이 이뤄지는 과정과 현장의 용어들을 집중적으로 배웠기 때문에 적응이 훨씬 수월했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무역에 관심을 가졌지만 6개월간의 집중 교육으로 오히려 남들을 앞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수강료를 받지만 이 과정들은 한 번 개설할 때마다 1억 원가량의 적자가 발생한다. 하지만 실무 능력이 있는 인력을 배출하면 회원사가 앞다퉈 뽑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냈기에 더 확대됐다. 국가 예산으로 취업준비생의 스펙을 높이는 식의 ‘취업교육’을 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실무교육’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무역’이라는 특기에 집중해서 취업시킨다는 점에서 무역협회 일자리지원센터의 성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글로벌 무역인력과 중장년 전문인력 박람회, 일본기업 초청 취업박람회 등 연 3회에 걸쳐 대규모 채용박람회를 열면서 매년 6000명 이상이 취업하는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무역아카데미 취업교육과 일자리지원센터 알선사업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일자리 창출의 시너지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지원센터는 회원사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구인정보를 확보해 취업을 연계시켜 주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과 무역정책지원본부도 일자리와 관련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해 제도 개선을 연구하며 일자리 창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