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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의 뉴스룸]‘1수업 2교사제’에 “노 생큐” 외치는 교사들

입력 | 2017-06-02 03:00:00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그 공약을 두고 교사들이 제일 흔히 하는 말이 뭔지 아세요? ‘장학사 모시고 수업할 일 있냐’는 거예요. 내가 주도권을 갖고 있던 내 수업에 또 다른 누군가가 들어온다는 게 반갑지 않은 거죠.”

최근 만난 한 교사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공약 중 하나인 ‘1수업 2교사제’에 대한 교사들의 반응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학습 속도가 다른 학생들에게 일대일 맞춤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한 교실에 두 명의 교사를 투입하는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반영해 교육부는 지난달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앞으로 5년간 5000억 원 이상의 추가 예산을 투입해 1만6000명가량의 교사를 추가 채용하는 계획을 보고했다. 지난 정부의 10배 수준이다. 그러나 학생과 교사를 ‘돕겠다’는 제도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장 교사들의 반응은 그리 탐탁지 않다. ‘나와 아이들만 있던 내 교실에 나의 수업 내용과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또 다른 성인이 있는 건 불편하다’는 감정적 저항이 큰 것이다.

한 교사는 “이 제도가 어떻게 돌아갈지는 서울시교육청이 시행 중인 초등협력교사제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교육청은 1수업 2교사제와 비슷한 취지로 협력교사제를 운영하고 있다. 시교육청이 “2015년 6개 학교에 불과했던 신청학교가 2016년 11개교, 2017년 52개교로 늘어나는 등 호응이 매우 높다”고 자평한 제도다.

그러나 현장 얘기는 전혀 달랐다. 한 교사는 “교육청에서 협력교사를 신청하라고 자꾸 공문이 내려오는데 ‘필요 없다’는 교사가 대부분”이라며 “그래도 협조 차원에서 학교가 어쩔 수 없이 한두 명씩 신청해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배치된 협력교사들은 하루에 2시간 정도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도움이 필요한 교실을 순환 방문한다고 했다. 교사들은 “교실에 심각한 문제 학생이 있거나 심하게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이가 있을 땐 도움이 되지만 보통은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교사들의 “노 생큐” 반응을 차치하고라도 ‘1수업 2교사제’는 타당성에 의문이 가는 점이 적지 않다. 당장 저출산으로 인해 한 해가 다르게 학생수가 급감하는데 과연 앞으로 교사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올 초 본보가 학령인구 급감으로 지방 초등학교가 줄줄이 폐교되고 요양원으로 변하는 실태를 보도하면서 만난 국내 인구학계의 권위자 서울대 조영태 교수는 “정부가 인구 흐름을 보지 않고 주먹구구식 정책을 세운다”고 비판했다. 전쟁이 나거나 엄청난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인구 규모라는 것은 일정한 흐름을 갖는 것인데 이를 전혀 고려치 않는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교사 1인당 학생수를 기준으로 봐도 국내 교사 공급은 이미 수요를 훨씬 초과해 감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공약을 설계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미래 아이들이 줄어든다고 해서 지금 아이들을 위한 교육 투자를 포기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 말도 맞다. 하지만 교사의 정년은 62세고, 결국 교사 증원으로 인한 비용은 성인이 된 이 아이들의 어깨 위에 지워질 것이라는 게 문제다. 5년간의 필요 예산, 5년간의 인구 전망만 중요한 게 아니라 50년 뒤까지를 내다본 정책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