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 전 감독-김인식 전 감독-김성근 전 감독(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이후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3명의 거물급 정치인이 대권을 겨루던 ‘3金시대’가 열렸다. 이들은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고, 김영삼과 김대중은 각각 14대, 15대 대통령을 역임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2003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서 실질적인 3김시대는 막을 내렸다.
프로야구계에도 한 시대를 풍미한 ‘3김감독’이 있다. 바로 김응용(76), 김인식(70), 김성근(75) 감독이다. 이들은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KBO리그 역사와 함께 한 산증인들이다. 이들이 남긴 족적은 절대 가볍지 않다. 확고한 야구관을 가지고 지금의 프로야구가 정착하는데 공헌했다.
●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3김시대’
김인식 감독도 17년간 유니폼을 입고 지도자 생활을 해온 원로감독이다. 통산 2056경기에 출장해 978승을 올렸다. 1995년 OB와 2001년 두산에서 두 번의 KS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2006년부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을 맡아 세계에 한국야구의 위상을 떨쳤다.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의 신화를 썼고, 2015년에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도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김성근 감독은 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롯데, SK, 한화 등 무려 7개의 프로팀을 거쳤다. 23년간 지도자로서 활동하면서 2652경기에서 통산 1388승을 올렸다. SK 시절에는 탁월한 지도력을 보여줬다. 벌떼식 불펜운영에 대해 평가는 엇갈렸지만 2011년부터 SK 감독을 맡아 5년간 3번의 KS 우승을 일궈냈다.
해태 시절 김응용 감독-2009 WBC 대표팀 시절 김인식 감독-SK 시절 김성근 감독(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한화라는 마지막 무대서 쓸쓸히 퇴장
인생에 환희의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감독으로서 마지막 무대였던 한화에서 이들은 쓸쓸히 퇴장했다. 김인식 감독은 2005년 부임 첫 해 한화를 가을야구로 이끌었고, 2006년 준우승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지만 베테랑에 의존한 선수단 운영에 발목을 잡혔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던 팀은 하위권에 맴돌았다. 그리고 WBC 준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냈던 2009년 정작 팀은 8위로 추락하면서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양 김의 실패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화는 김성근 감독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집어 들었다. SK에서 보여줬던 데이터에 기반한 야구를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감, 강훈련으로 패배의식이 팽배했던 선수들의 마인드를 바꿔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한화는 달라졌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야구로 ‘마리한화’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그러나 잡음도 끊이질 않았다. 마구잡이 투수운용으로 혹사논란이 일었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고려하지 않는 특타 훈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뿐만 아니다. 베테랑 프리에이전트(FA)를 데려오면서 유망주를 내주는 식의 선수단 운영으로 팀의 미래가 통째로 뿌리 뽑혔다. 엔트리에 등록되지 않은 2군 선수들을 1군으로 불러들여 2군 경기운영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 한화는 2017시즌을 다 채우지 못하고 김 감독과 결별을 택했다. 그렇게 프로야구 ‘3김 감독시대’도 막을 내렸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