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남은 음식 잔디밭에 버리고 고장난 텐트-돗자리 그대로 방치 “치우는 관리인 따로 있는데 뭐” 목줄 푼 반려견 놓고 말싸움도
시민들이 이용한 뒤 버리고 간 돗자리와 텐트, 각종 음식물 쓰레기 등이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 공원에 나뒹굴고 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유채꽃 축제가 한창이던 13일 경기 구리시 한강시민공원에 고성이 오갔다. 공원 관리직원들이 “인증샷 찍겠다”며 제멋대로 꽃밭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말리는 소리였다. 일부 시민은 직원들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꽃밭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이어 ‘셀카봉’을 이용해 단체 사진을 찍었다. 1m 높이까지 자랐던 유채꽃이 발길에 차여 힘없이 쓰러졌다.
사진이 잘 나와 ‘명당’으로 꼽히는 곳은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짓눌린 유채꽃들이 흙먼지와 함께 뒤엉켜 있었다. 직원은 “꽃이 훼손되니 들어가지 말라고 해도 소용없다”며 “직원 눈을 피해 꽃을 꺾거나 꽃밭에 들어가는 일이 셀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강 공원의 화장실은 특히 여성들의 기피 대상 1순위다. 매일 직원들이 청소하지만 이용객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는 화장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다. 친구와 공원을 자주 찾는 박모 씨(28·여)는 음식물 쓰레기로 막힌 화장실 변기와 곳곳에 널려 있는 휴지를 가리키며 혀를 찼다. 그는 “용변을 보고 뒤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않거나 남은 음식을 변기에 쏟아버리고 그냥 가는 경우는 흔하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후 7시를 조금 넘긴 시간. 날이 어두워지자 그나마 지켜지던 ‘공원 에티켓’은 실종됐다. 자원봉사자가 ‘분리수거’라고 적힌 휴지통 앞을 지켰지만 양심 불량의 수위는 갈수록 높아졌다. 한 시민은 자원봉사자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검은 봉투를 통 안에 던져 넣었다. 봉투에선 시뻘건 국물이 흘러나왔다. 남은 맥주와 컵라면 건더기였다. 취재진이 다가가 “음식물이 아직 바닥에 남아 있다”고 말하자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닌가” “공원 청소하는 분 따로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봉사자는 “주말이 되면 분리수거 휴지통 주변이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할 정도”라며 “시민의식이 있기는 하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손모 씨(41·여)는 올 4월 자녀를 데리고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았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자전거 타던 13세 아들이 연줄에 목이 걸려 찰과상을 입었다. 손 씨는 “연이나 RC카(무선 모형 자동차)이 위협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며 “이용하는 시민은 많아지는데 공원에선 무질서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견을 둘러싼 갈등도 갈수록 늘고 있다. 반려견과 함께 한강을 찾는 사람 가운데 목줄을 풀어놓은 경우가 적지 않다. 공원에서 반려견의 목줄을 풀어놓으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그러나 단속직원들에게 “우리 강아지는 물지 않는데 목줄을 왜 채우냐” “너네 자식한테도 목줄 채울 거냐”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