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일본의 맛/마이클 부스 지음·강혜정 옮김/500쪽·1만8500원·글항아리
‘지방이 없으면 맛없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던 저자다. 그런 그가 가족과 함께 3개월간의 일본 여행을 떠난다. ‘일본 요리: 단순함의 예술’이라는 책을 읽고 호기심이 일어서다. 여행 첫날 도쿄 골목길에서 먹은 꼬치구이를 시작으로 홋카이도, 고베, 오사카, 교토 등을 다니면서 맛보는 음식에 대한 감상이 이어진다. 다코야키 같은 길거리 음식부터 고베의 쇠고기 요리까지 고급 음식을 망라한다. 저자의 독특한 유머 덕분에 읽다 보면 곳곳에서 웃음이 터진다.
사진 한 장 없이도 내용이 풍요로운 건 저자의 취재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 저자는 음식 하나하나를 조명해서 감상문을 쓰기보단, 몸으로 부대낀 경험 얘기에 음식을 곁들인다. 그래서 이야기는 단순한 맛 탐방이 아니라 사회 탐방이 된다. 가령 작가는 스모 선수들의 숙소를 찾아가 선수들과 함께 전골 요리인 잔코나베를 먹으면서 스모 선수들의 건강 문제와 외국인 선수 유입 현황 등을 파악한다. 일본의 요리 예능 프로그램인 ‘SMAPXSMAP’ 촬영현장을 방문해 그날 만들어지는 요리를 조사하면서, 남성들이 앞치마를 두르게 된 일본 사회의 변화도 짚는다. 어린 두 아들과 아내가 여행에 함께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들은 이야기를 더욱 유쾌하게 만들어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