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러운 조명이나 채광, 쾌적한 공기, 분위기를 휘감는 아름다운 소리는 공간의 격을 바꾼다. 최근 고급 호텔 연회장의 경쟁력은 바로 이러한 요소로 구성되는 ‘공간 연출력’에 달려있다는 게 정설이다. ‘맛과 서비스’보다 어느 순간 ‘공간 연출력’이 중요해지면서 연회 서비스를 받아보지 않고도 연회장 문을 들어서는 순간 바로 경쟁력을 파악할 수 있는 시대다. 연회장을 서비스 요원과 조리사들이 좌우하던 시대에서 조명 엔지니어, 플로리스트, 음향 엔지니어까지 조화로워야만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다.
물론 맛과 서비스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질의 시대’를 구성하는 요소가 완벽해야 ‘격의 시대’로 진입할 수 있다. 기본이 없이 ‘격의 향상’은 불가능하다. 두 시간 전에 먼저 아르바이트생을 모아 몸단장부터 연습까지 완벽하게 시킨 후에 내보내는 한 호텔의 연회장 서비스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과 ‘친절함’ 이상의 격을 보여준다. 또 어떤 호텔은 아예 ‘소리’를 상품으로 팔기도 한다. 200년 전통의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를 호텔 서비스와 즐기는 프로그램인데, 4년 넘게 성황 중이다. 음악이 호텔 연회장의 공간을 채우면서 비로소 격이 완성된다. 이 놀라운 ‘격의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들은 이 호텔의 단골이 될 수밖에 없다.
호텔 연회장이 ‘빛, 공기, 소리의 공간 연출력’을 통해 격 있는 서비스에 도전하는 것은 마치 에베레스트 등정 성공을 위해 베이스캠프를 예전보다 산 위쪽으로 올리는 발상과 비슷하다. 공간 연출력을 무기로 해서 과거 100년 동안 큰 변화가 없던 호텔 연회장 서비스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은 베이스캠프를 예전보다 위로 올려 에베레스트 등정 성공률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등반가들의 발상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남들이 함부로 따라 하지 못하는 ‘격의 경영’이란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을 보되 누구도 생각지 못한 것을 생각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