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나이트클럽 빅뱅’으로 불렸던 포썸 멤버들이 업소 출연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차를 타고 달려가는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사진제공 ㅣ 어드벤쳐프로젝트
신나는 음악과 포썸의 칼 군무 ‘엄지척’
사전정보가 없다면 뮤지컬로 오인할 정도로 음악과 안무가 풍성한 연극이다. 제목은 ‘더 가이즈(The Guys)’. 여기서 ‘가이즈(녀석들)’는 ‘포썸’이라는 4인조 남자팀을 지칭한다.
한 마디로 ‘짝퉁 아이돌그룹’이다. TV 카메라 앞이 아닌 나이트클럽 무대에서만 볼 수 있는 그룹이다. 한때는 ‘나이트클럽의 빅뱅’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그저 한 물간 라이브 DJ팀일 뿐. 트랜드에 뒤쳐져 영업난을 겪게 된 나이트클럽들이 속속 문을 닫거나 성인클럽으로 업종을 변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우중충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실은 완전 정반대로, ‘대놓고 놀아보자’는 작품이다. 작품 속 무대부터가 나이트클럽 아닌가. 도시 변두리의 (망해가는) 나이트클럽을 고스란히 소극장에 옮겨다 놓았다고 보면 될 듯하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안내 직원이 “이곳은 공연장이 아니라 나이트클럽입니다. 마음껏 즐겨주세요”라고 속삭였다.
이런 연극은 머리를 비우고 봐야 한다. 작품의 메시지, 해석에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즐기는 것이 이런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이다. 두 눈을 무대에 고정시킨 채 적당히 머리를 움직이고, 어깨를 흔들어주고,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토닥이면서 보는 작품이다. 그렇게 몸을 먼저 움직이다 보면, 어느 순간 머리가 외친다. “재밌어! 괜찮다구!”
‘더 가이즈’는 어드벤쳐프로젝트의 야심찬 기획이 탄생시킨 작품이다. 젊은 아티스트들이 모여 만든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형태의 단체다. 포썸의 칼 군무와 짠내 나는 연기도 좋지만, ‘더 가이즈’의 온도를 펄펄 끓게 만드는 나이트클럽의 여성 DJ 마털다도 매력만점인 캐릭터다.
연극 ‘더 가이즈’를 보면서 황당하게도 곰탕 생각이 났다. 정확하게 말하면 곰탕과 함께 나오는, 큼직큼직하게 썰어낸 시큼달달한 깍두기다. 아무리 잘 우려낸 고기국물이라 해도, 밥 말아 세 수저에 한 번은 깍두기 하나 집어 먹어줘야 개운하다. 마음을 울리는, 고민하고 숙제가 남는 묵직한 작품에 눈과 마음이 살짝 지쳤다면 ‘더 가이즈’같은 작품 한 편쯤 봐줘야 어깨가 가벼워진다. ‘더 가이즈’는 확실히 재밌었고, 맛있었다. 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