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내 생각은/허병철]4차 산업혁명은 국경 넘나드는 협업에서 시작한다

입력 | 2017-05-11 03:00:00


허병철 서울대 엔지니어링개발연구센터 사무국장

많은 사람이 얘기하듯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사물인터넷, 3D프린팅, 가상·증강현실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각 산업과 융·복합화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산업혁명은 전과 같은 증기기관과 기계화, 대량생산, 정보화 및 자동화 같은 변화가 아닌 새로운 산업 생태계로 진화하는 것이다.

향후 4차 산업혁명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무척 기대는 되지만, 일면으로는 이를 뒷받침할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 줄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친 변화와 이로 인한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는 글로벌 기업인 우버는 창업부터 4년 3개월 만에 시가총액 10억 달러의 기업으로 성장하였으며, 구글은 8년 1개월이 걸렸다. 기업·산업 간 융합과 협력, 초연결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글로벌 환경 변화의 대응이 얼마나 긴박하고 효율적이어야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앳킨스나 아디타즈의 자동설계 과정에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협력업체, 엔지니어가 같이 참여하고 있고, 롤스로이스의 3D프린팅은 전문 중소기업이 맡고 있으며, 플루어의 모듈화에는 세계 전역의 중소·대기업들이 협력하고 있다. 바야흐로 모든 플레이어가 같이 만들어가는 협업의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협업은 국가적으로도 적용되어 독일과 캐나다는 엔지니어링, 건설, 제조, 물류 등 각 분야의 전문기업들이 협력하는 새로운 기구를 설립하였고, 미국은 여기에 대학까지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어 대·중소기업, 발주자, 공급자, 대학을 용광로처럼 융합시키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산업통상자원부가 고급 엔지니어 양성을 위한 새로운 인력 양성 모델이자 미국의 사례와 유사한 엔지니어링개발연구센터(EDRC)를 설립하여 첫해에 900명이던 수강생이 3년 동안 33배나 증가하였고, 다수의 세계 최초 기술 개발과 특허출원 등 최근 3년간 성공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는 현업맞춤형 교과과정 개발 및 운영, 기업 애로기술에 대한 전문기업과 대학의 공조와 해결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학이 같이 참여하여 상호협력과 협업을 통해 일궈낸 성과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이제 우리는 결정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갈림길에서 어떤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지를. 융·복합과 협업을 뒷받침하는 것이 아닌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분절적이고 단편적인 지원정책에 머무를지, 갈라파고스 제도의 외딴 섬처럼 낙오되어 울타리 안에서만 살아갈지를.

허병철 서울대 엔지니어링개발연구센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