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한수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개구리를 갑자기 펄펄 끓는 물에 집어넣으면, 펄쩍 뛰어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찬물에 넣어놓고 서서히 열을 가하면 뜨거움을 감지하지 못한 채, 도망칠 타이밍을 알지 못하다 서서히 죽어간다고 한다. 지금 삼성야구가 그렇다.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실패→2016년 9위의 성적을 거쳤음에도 삼성은 위기의식을 체감하지 못했다. 핵심선수들이 줄줄이 빠져나갔음에도 외국인선수 영입부터 안이하게 대처했다. 2군 팜의 인재 풀은 황폐해졌다. ‘어쩌다가 삼성이 이렇게 되었는가’라는 한탄을 어렵지 않게 듣지만 갑자기 이렇게 된 일이 아니었다. 근거 없는 낙관의 종말은 이렇듯 처참한 법이다.
이제 현실적으로 삼성을 향한 질문은 엄중하고 냉철할 시점일 터다.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과 별개로 2017시즌 삼성야구의 목적 자체를 재설정할 때다. 당장의 참담한 승률을 벗어나기 위해 1승에 목매는 식의 임시방편적 야구는 암흑기를 연장할 뿐이다. 이제 꼴찌라는 수모를 받아들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리셋 버튼을 눌러야 된다는 판단을 삼성의 누군가는 내려줘야 한다.
삼성의 딱한 점은 이런 큰 결단을 내려줄 컨트롤타워가 어딘지조차 모호하다는 지점에 있다. 전면에 드러나고 싶지 않겠지만 결국 야구단 운영 주체라 할 제일기획이 시그널을 보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삼성 개조의 방향성과 변화의 운전대를 어디가 쥘지도 명확히 지목해줘야 한다. 그래야 프런트도, 현장의 김한수 감독도 자기들이 어디로 가야할지 가늠할 수 있다.
대구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