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번역원, 옛 송서 48편 묶은 ‘送序, 길 떠나는 그대에게’ 출간
고려 중기의 문인 이규보(1168∼1241)는 노 씨 성을 가진 동년(同年·함께 과거에 합격한 동기생을 가리키는 말)에게 이 같은 시를 남겼다. 우리 선조들의 아름다운 전통 중 하나는 떠나는 이에게 글을 지어 보내는 것이었다. 송서(送序) 문화는 중국 수·당 시대부터 시작해 고려 중엽 한반도로 퍼졌고, 조선시대 들어 꽃을 피웠다.
한국고전번역원은 옛 문인들의 송서를 묶은 책 ‘송서(送序), 길 떠나는 그대에게’(사진)를 펴냈다. 이번 책에는 총 48편의 송서가 담겨 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대에게’, ‘사신으로 나가는 그대에게’, ‘유람으로 떠나는 그대에게’ 등 주제별로 묶인 5장으로 구성됐다.
다름을 인정하고, 교류하는 자세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리학적 이상을 추구한 조선 사림파의 사조(師祖) 김종직이 승려 계징에게 쓴 송서에선 자신이 추구하는 학문에 대한 자신감과 다른 신념을 가진 상대를 존중하는 여유를 보게 해준다.
이 책은 고전번역원이 내놓은 고전 대중화 사업의 일환인 고전작품선집 시리즈 세 번째 편이다. 앞서 ‘잠(箴), 마음에 놓는 침’, ‘병중사색(病中思索)’을 출간한 바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