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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기타 교수 “日 대학내 군사연구, 학술발전 막고 자율성 훼손”

입력 | 2017-05-09 03:00:00

‘아베정권 군사대국화 제동’ 일본학술회의 반대성명 주도 스기타 교수




스기타 아쓰시 일본 호세이대 교수는 6일 도쿄에서 기자와 만나 “일본의 과거 사례를 볼 때 안전보장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 경우 (누구도) 브레이크를 걸 수 없게 된다”며 대학 내 군사 연구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대학에서 군사연구를 하는 것은 학계의 균형을 무너뜨려 학술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위험이 있습니다.”

스기타 아쓰시(杉田敦) 일본 호세이대 교수(58)는 6일 도쿄(東京) 호세이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강조했다. 그가 속한 일본 과학자 대표 단체 일본학술회의는 3월 ‘대학 등의 군사연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군사 대국화 노선에 제동을 걸었다. 유력 신문들은 사설을 내며 찬반 격론을 벌였다. 스기타 교수는 학술회의의 검토위원회 위원장으로 관련 논의를 주도했다.

논란은 방위성이 2015년 민간의 군사기술 연구를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며 촉발됐다. 방위성은 만성적인 연구비 부족에 시달리는 학자들에게 ‘힘을 합쳐 첨단 무기를 만들자’며 손을 내밀었다. 관련 예산은 2015년 3억 엔(약 30억 원)에서 올해 110억 엔(약 1110억 원)까지 늘었다.

스기타 교수는 “지원 예산이 급증하는 것만 봐도 명확하다. (대학 내 군사연구가 이뤄질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 없이 학문은 성립할 수 없다는 식으로 점차 다른 분야의 예산을 침식해 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 개입을 통해 연구자의 자주성과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고, 연구 성과의 공개라는 과학계의 원칙도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한마디로) 문제가 많은 제도”라고 우려했다.

학술회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학계가 전쟁에 협력했던 것에 대한 반성으로 1950년과 1967년에 ‘군사연구를 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냈다. 그는 “전시 일본도 원자폭탄 개발을 추진했다. 이를 담당했던 물리학자들은 일본이 원폭 공격을 받은 후 자기반성을 했고 이후 성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또 “두 번의 성명은 추상적이었고 이후 반세기 동안 학계 일부에선 방위성, 미군 등과의 공동 연구가 이뤄졌다”며 “이번 성명에는 군사연구가 어떤 것인지 언급하고 학술회의와 대학의 역할을 서술해 실효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은 학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명문대인 도쿄공업대와 노벨상 수상자 6명을 배출한 나고야대를 포함해 전국 대학에서 군사연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이달 말 응모를 마감할 예정인 방위성에도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정부에서는 당연히 우리의 성명을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에 확실한 입장을 밝힌 만큼 앞으로 학술회의 내부에서 관련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