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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북-중관계 ‘금지선’ 넘는 중국의 강력한 對北 압박

입력 | 2017-05-05 00:00:00


미국과 중국이 최근 북핵 문제 해결을 목표로 강한 대북 압박 공조에 나서면서 북한과 중국의 혈맹 관계가 흔들리는 조짐이다. 3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중국이 대북 제재 압박으로 북-중 관계의 붉은 선(레드라인)을 넘어서고 있다”고 비난하며 “조중(북-중) 친선이 소중해도 목숨과도 같은 핵과는 바꾸지 않겠다”고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북이 중국을 직접 거명해 ‘배신’ 운운하며 격렬하게 비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중국 외교부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시비(是非)에 따라 관련 문제를 판단하고 처리했다”며 북-중 관계 악화는 북한의 핵개발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이 발끈한 것은 지난달 6,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압박을 크게 강화한 것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2월부터 북한의 돈줄인 석탄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고, 미중 회담 뒤에는 북이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할 경우 대북 원유 공급 대폭 축소 방침까지 밝혔다.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비롯해 더욱 확실하게 고삐를 죈다면 김정은이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1961년 7월 김일성과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서명한 북-중 조약은 제2조에서 ‘체약 일방이 무력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환추시보를 통해 미국이 북핵 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 타격을 해도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북-중 관계의 핵심 고리인 우호조약의 성격에 변화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4일에도 환추시보는 “중조우호조약의 취지는 양국의 우호협력과 지역평화,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북한의 핵기술 추구가 중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그간 북이 무슨 짓을 해도 일방적으로 감쌌던 중국의 태도 변화가 마침내 북핵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북을 전략적 자산 아닌 부담임을 인식했기 때문이라면 고무적인 일이다.

중국이 이번에도 미국에 협조하는 시늉만 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북의 체제 붕괴로 주한미군과의 완충지대가 사라지는 것이 북의 핵 개발보다 자국의 전략적 이익에 반한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도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이 자국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고 보고, 북핵 폐기를 외교 전략의 첫 번째 목표로 상정했다. 중국은 평화협정 체결 협상 등 대화를 통한 현상유지를 원하겠지만 북한이 핵을 폐기하지 않는 한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은 물론이고 북 선제타격 가능성은 상존한다.

중국은 적어도 북핵 폐기 문제에서는 한미일 공조로 국경이 접한 ‘시한폭탄’을 제거하는 것이 국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북-중 관계 악화를 감수하고라도 김정은의 핵보유국 야망을 꺾을 기회를 놓친다면 중국이 원하는 동북아 안정과 평화도 이룰 수 없음이 분명하다.